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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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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Oct 20. 2020

소년이 소녀에게는.

소년이 소녀에게는.


소나기를 보고 문득 써보고 싶어 졌다. 그러니까.. 어릴 적에 나는 항상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소설 속 여주인공이 겪는 일들을 상상하곤 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서 그 느낌을 담아보고 싶었다. 어릴 적 내가 상상했던, 바라왔던 사랑 이야기들.


그래서 소설 속 학교의 모습과 버스를 타러 가던 그 골목길은 중학교 때 내가 늘 등교하고 하교하던 길게 뻗은 플라타너스 벤치와 2번 종점으로 향하는 좁다랗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긴 골목길이다. 방과 후 조금 늦은 시간에 그 길을 걸으면 사람도 많이 없고 그렇게 노을이 내려 예뻤다. 가끔은 주말에도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씨디 플레이어에 좋아하는 음반을 끼워 넣고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대여섯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를 한참을 걸어 사람이 없는 학교 플라타너스 벤치에 앉아서 축구나 농구를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다시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 돌아오곤 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딱 그 계절. 아직은 해가 길고 여름의 기운이 남아 공기가 살짝은 짭짤한. 그때의 나는 여중에 다니면서도 그렇게 상상 속 한 소년과의 풋내 나는 사랑을 꿈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이야기, 연애소설을 유치하다고 폄하하며 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어디서 들었던 기억도 나고 막상 베스트셀러에 올라오는 우리나라 소설들만 봐도 그렇다. 사랑 이야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 외국 소설은 me before you나 save me나 사랑 소재도 베스트셀러가 많은데. 애초에 책도 그렇게 잘 읽지도 않는 것 같은데 왜 사랑이야기는 가볍다고 생각할까? 세상에 사랑만큼 좋은 게 또 어디에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황순원의 소나기를 다시 꺼내어 읽는데 그렇게 예쁘고 설레는 사랑이야기 일 수가 없더라. 심장이 아릿아릿하고 근질근질하기도 하고. 그 꼬맹이 소년이 소녀를 기다리며 느꼈을 법한 설렘, 소녀가 마지막까지 소년을 생각하며 느꼈을 아쉬움. 세상에 전해야 할 이야기도 많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가족 간의 사랑도 있고 친구 간의 사랑도 있고.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아직도 10대 시절에 내가 꿈꿨던 사랑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누구나 어릴 적엔 순수한 사랑을 꿈꾸지 않았던가. 그때의 그 잊히지 않는 감정을 내도록 느낄 수 있게 글로 담아보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나의 이 부족한 글솜씨가 부디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변형 없이, 빠뜨림 없이 고스란히 좀 담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수 없이 스쳐가는 감정의 오묘함을 표현하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어휘와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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