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3

뉴욕에서 만난 세렌디피티.

by autumn



세렌디피티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에 빠진 기분.

이곳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또 왜 이곳을 그렇게까지 찾아 가려고 애썼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거의 10년전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처음 가게 되었던 의도마저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세월이 얼마나 많이 흘렀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캐나다에서 언학연수를 할 시절(2006년)부터 계획하고 꿈꿔왔던,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우리나라에 전해지지 않았던 커피와 디저트문화를 우리나라에 가지고 오겠다는그 포부를 품고 본격적으로 북미의 디저트 문화를 알아오기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그 당시만 해도 무비자로,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와 인터뷰로 비자를 발급 받고 어렵게 뉴욕으로 올 수 있었다. 게다가 환율이 1달러에 1600원 1700원을 오르 내리던 때였으니. 얼마나 열정적으로 내가 카페를 준비 했었는지 더 말 할 것도 없다.

뉴욕 시내에 있는 아파트를 민박집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에 숙소를 잡고, (뉴욕의 호텔들은 무척 비싸서 호텔 숙박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민박 시설도 워낙 잘 되어있기 때문에 민박집을 선택했다.) 본격적으로 뉴욕에 있는 카페와 케익샵들을 견학 할 채비를 했다. 방문해야 할 리스트에는 단연코 1순위로 세렌디피티가 위치해 있었다.

여성 전용 민박집을 선택한 덕에 나와 같은 시기에 뉴욕을 여행하는 언니 두명과 동갑인 친구 한명을 만날 수 있었는데 내가 뉴욕에 온 이유와 세렌디피티3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그들도 흥미를 갖는 듯 했다.
이미 영화에도 배경으로 나와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 이미 그들도 알고 있는 곳이기도 했고 시그니쳐 메뉴인 프로즌 핫 초콜렛이라는 메뉴는 비주얼마저 거부할 수 없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혼자 가서 먹기에는 양도 많고 가격도 부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일정을 맞추어 마지막 날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작심을 하고 날아온 뉴욕 견학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니겠는가.

처음 방문했던 2008년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아마도 없었거나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숙소에서, 한국에서 체크해온 지도를 들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물어 물어 도착한 세렌디피티3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기다리면서 지켜본 사람들은 저마다 얼굴을 붉게 상기 시키며 곧 다가올 세렌디피티3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더러는 유명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고급 리무진을 타고 와서 예약시간에 맞춰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세렌디피티3의 개성넘치는 메뉴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배경처럼 신기한 모습이었다. 커다란 시계가 중앙에 걸려있고, 스테인드 글라스 조명이 각기 다른 크기로 여기저기 두서없이 걸려있었다. 어두운 조명탓에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을 마신듯 정신이 몽롱해지고 잔뜩 기분이 상기됐다. 뒤 이어 직원이 가지고 온 메뉴판은 더더욱 이상한 나라를 연상하게 했다. 그들이 원한 컨셉이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프로즌 핫초콜릿 말고도 너무 전형적이지 않은 메뉴를 시도해보고 싶어서 직원에게 최고의 디저트 메뉴를 추천해 줄것을 부탁했다. 그는 우리 옆에 우르르 예닐곱명 정도 앉아있던 10대 소녀들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그들이 먹고 있었던 아이스크림 선데 디저트가 최고의 메뉴라고 추천했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forbidden broadway sundae'(포비든 브로드웨이 선데)라고. 직원이 추천해준대로 포비든 브로드웨이 선데와 프로즌 핫 초콜릿(frozen hot chocolate), 스트로우베리 필즈 선데(strawberry fields sundae)를 주문했다. 가격도 상당했고 양도 많았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한 사람당 15불 이상은 꼭 써야 한다는 정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사람당 하나씩 메뉴를 주문 했던것 같다.








선데와 프로즌 핫초콜릿. (2013년 재방문 했을때)

포비든 브로드웨이 선데는 초콜렛 퍼지 소스가 잔뜩 뿌려진 따뜻한 초콜렛 케익이 큼직하게 들어가 있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이 유리잔 위에 넘칠듯이 얹어져 나온다. 보통 자로 잰듯이 반듯하게 썰어져서 깨끗한 접시에 정갈하게 얹어 나오는 우리나라의 케익집들과는 전혀 대조적인 플레이팅이었다. 정신없이 아래로, 컵 옆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소스와 생크림, 아이스크림이 지저분하기보다는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맛 또한 충격적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디저트는 먹어본적이 없었다. 무척 달았지만 초콜렛의 쌉쌀함과 바닐라의 달콤함, 그리고 따뜻한 케익과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합이 눈앞에서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스토우베리 필즈 선데는 치즈케익과 딸기 아이스크림, 딸기 소스와 생크림으로 이루어진 선데였고 이 역시도 아주 맛이 좋았다. 상큼한 맛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포비든 브로드웨이 선데보다는 스트로우베리 필즈 선데를 더 좋아 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프로즌 핫 초콜렛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슷한 메뉴로 말하자면 '아이스 초콜렛 쉐이크'(?) 정도라고 말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저렴한 초콜렛 시럽이나 파우더를 사용한 음료가 아니라 진짜 다크 초콜렛 커버춰를 사용해서 만든 음료라는 사실이 큰 차이점이다.

2013년 뉴욕을 다시 방문 했을 때에도 역시 잊지 않고 세렌디피티3을 방문했다. 5년여가 흐른 뒤였음에도 많이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가 2-3년을 버티기 힘들고, 조금 돈을 벌었다 싶으면 무분별하게 확장을 하거나 이전을 하게 마련인데 크게 변화하지 않고 초심을 지키는 모습에 우리와 그들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다른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언제 또 뉴욕을 방문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방문 했을 때에도 그대로 그곳에서 맛있는 초콜렛 케익 선데를 먹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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