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1호점의 낭만-2

시애틀 여행의 첫걸음.

by autumn
시애틀의 명소. 파이크플레이스마켓. -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곳.



그렇게 나에겐 특별한 스타벅스 1호점으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하워드 슐츠의 책에서 말했던대로 처음 그를 홀렸던 스타벅스 1호점은 시애틀의 재래시장격인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의 안쪽에 위치해있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의 생선들.

미 북서부 끝쪽에 위치한 도시답게 해산물이 많고 싱싱해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내부로 들어서면 생선을 파는 매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시장은 어느 나라를 가나, 어느 도시를 가나 사람에게 생기를 주고, 우울감을 잊게 해주는 마력을 지녔다.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는 사이, 겨울과 가을의 그 사잇자락으로 들어서는 계절에, 시종일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라앉은 감정이 들썩들썩 다시 올라서고 생선장수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마켓의 활기를 받으며 다시 기분이 좋아진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곧 다가올 스타벅스 1호점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뗄 때마다 언제 내 눈앞에 스타벅스의 유리문이 보이려나 기분좋은 떨림을 느꼈다.





드디어 고대하던 스타벅스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심장이 쿵. 여기구나, 여기. 몇년 전부터 책으로, 사진으로만 만나오던 바로 너.
그당시만 해도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를 제외한 전세계의 거의 모든 지점에서는 초록색 사이렌 로고를 사용했던 터라 1호점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는 갈색의 스타벅스 로고를 보자 벅차오르는 감동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1981년의 하워드 슐츠가 느꼈을 감동이 이런 것이었을까.






관광객과 손님들로 북적이는 내부.

안으로 들어서자 낮은 조명에 안쪽으로 길게 뻗은 스타벅스의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는 1호점의 갈색 로고를 찍은 각종 머그컵, 텀블러, 원두 등 관련 제품들이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할 만큼 진열 되어있었고, 오른쪽에서부터 정면으로 이어지는 벽쪽으로는 주문을 받는 카운터와 음료를 만드는 바(Bar)가 마련되어있었다. 그 날은 춥고 비가 내리는 날씨탓에 다른날보다 관광객들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줄은 거의 문 밖으로 이어질 정도로 길었다.

사람들 틈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줄을 정리하는 직원이 한명 나와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줄이 너무 길다보니 새치기를 한다거나, 기다리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람들의 불만, 지루함, 메뉴에 대한 궁금증들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나와있는 것으로 보였다. 애써 밝은 미소를 유지하며 차례차례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그 직원을 보며 나는 반가움보다는 점점 두려움을 더 느끼게 됐다.

'영어로 어떻게 대답하지? 뭐라고 대답하지?!'

줄이 줄어들 수록, 점점 그녀와 나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스트레스는 극에 달았고 결국
"Hi, How are you doing?"
이라는 일상적인 질문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 나는 대답도 못하고 미소만을 날리는 소극적 쭈구리가 되었다. 변명을 하자면 어학연수를 끝내고 근 6년만에 써야하는 영어에, 여정의 거의 첫째날이라서 그랬다고....
(여담이지만 이후로는 수도 없이 쏟아지는 사람들의 안부 인사로 인해 두달여간의 여행 말미에는 오히려 어학연수 당시보다도 더욱 회화 실력이 늘어올 수 있었다는.)


스타벅스1호점의 갈색 로고가 찍힌 제품들.

그렇게 공포감을 느낀 나의 첫 방문과 첫 주문이 마무리가 되고 본격적으로 매장을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처음 하워드 슐츠가 이곳을 방문했을때의 스타벅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도 안쪽에 에스프레소 머신은 처음에는 없었겠지. 지금보다 원두봉투가 훨씬 더 많이 진열 되어있고 수동으로 내리는 핸드드립 기구들이 더 많이 있었겠지...

직원이 더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으로 바라본, 철저히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스타벅스 1호점의 모습은 하워드 슐츠의 철학을 어떻게 해서든 전달 해보고싶어하는 직원들의 간절함이 보였다. 얼굴의 근육이 어쩌면 저렇게 굳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싶을정도로 밝게 웃고있는 직원들,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내리면서 새로운 메뉴 주문을 받을 때마다 카운터의 직원과 노래하듯이 메뉴의 이름을 불러 확인하는 바리스타, 그리고 다 만들어진 메뉴를 손님에게 전달 할때까지도 유머러스함을 잊지 않은 멘트까지.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스타벅스의 진짜 문화였다.







Rachel이라는 내 이름이 적힌 커피잔.

특히나 외국의 스타벅스에 가면 우리나라와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름을 물어봐준다는 것이다. 주문을 할 때 이름을 물어보고 그 이름을 컵 홀더에 써서 음료가 완료되면 주문한 손님의 이름을 불러서 음료를 전달한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바리스타들과 손님들과의 애착을 형성해 주고싶었던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스타벅스 1호점을 감상하다가 다시 비가 내리는 시애틀 거리로 나섰다. 밖은 여전히 추웠지만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는 나의 손은, 그리고 30여년 전 하워드가 전달하고자 했던 그 철학이 있는 스타벅스를 담은 나의 눈과 마음은 더 없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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