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캐리 브래드쇼처럼.

by autumn
DSC00239.JPG 매그놀리아의 컵케익.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어서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 매그놀리아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았던 몇년 전까지만해도 매그놀리아는 뉴욕 여행에서 꼭 빼놓지 않고 가봐야 하는 어트랙션중에 하나였다.

내가 처음 매그놀리아를 알게 된 것은 그 유명한 '섹스앤더시티'라는 드라마를 통해서였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던 드라마 덕에 그들이 뉴욕에서 배경으로 먹고 마시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모두 뉴욕의 명소가 되곤했다. 이곳 역시도 섹스앤더시티의 시즌3-6편에서 주인공 캐리와 미란다가 그들의 연애담을 이야기하며 컵케익을 먹는 장면이 방영되고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캐리에게 나타난 새로운 '크러쉬' 에이든에 대해 얘기하며 주인공들이 파스텔톤의 분홍색, 노란색 아이싱이 올라간 바닐라 컵케익의 유산지를 뜯어 한손에 들고 입술에 아이싱을 묻혀가며 맛있게 컵케익을 먹는 장면이란. 그 어떤 플레이팅도 없이 매장앞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단숨에 케익 하나를 손에 들고 먹는 모습은 케익에 대한 호기심과 그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주어 내겐 더 없는 충격이었다.

'반드시 나도 저곳에 가서 케익을 한 손에 들고 접시도, 포크도 없이 뉴요커의 모습으로 컵케익을 즐겨보리라.'


그 다짐은 2008년에 처음으로 이루어졌고, 당연히 첫 방문에 설레였던 나는 다른지점이 아닌 미란다와 캐리가 앉아서 케익을 먹던 바로 그곳 그리니치에 위치한 매그놀리아로 향했다. 그곳의 분위기와 현장감을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담아서 내가 준비하는 카페에 투영시키고 싶었던것이다. 불행히도 내가 방문했을때는 매장이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건물의 외관도 그렇고 앞에는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없었는데 그래도 다행이었던것은 매장이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공사중이었던 탓인지 내가 검색하고 보아오던 사진에서보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내부에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동안 나는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매장의 모습을 눈에 담고 또 사진에 담았다. 형형색색의 예쁜 컵케익도 많았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형식의 버터크림 아이싱 홀 케익도 많았다. 베이커리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들이 주로 판매하고 있는 케익류가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버터크림으로 만든 케익을 판매하는 곳이 더러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전국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단 것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상 아직까지도 슈가파우더가 많이 들어간 버터크림아이싱보다는 생크림 아이싱 케익이 주로 팔리고 있다.

케익들은 만들어지기가 바쁘게 팔려나가서 쇼케이스와 테이블에는 진열된 케익 수가 많지는 않았는데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나도 오래 머무를 수가 없어서 몇장의 사진만 찍고 바로바로 먹을 케익을 포장해서 나와야했다. 몇개를 포장할까 머뭇거리다가 그만 혼자서는 다 먹을 수도 없는 6개의 케익을 포장해왔지뭔가.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서 언니들과 나눠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많은 케익을 포장하다니.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고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것이 바뀌지를 않는다.

단것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써는 처음 맛본 버터크림아이싱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먹던 생크림케익이, 맛없는 쇼트닝 팍팍 들어간 맛없는 이름만 버터크림 케익이 아니라 진정한 우유버터로 만든 버터크림케익이었다. 고소한 우유버터의 풍미와 달콤한 슈가파우더가 섞여들어간 그 크림의 맛이란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머리가 핑 돌아갈 정도로 단 그 크림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도 많지만 나에게는 그 정도로 감당 못할 달콤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단맛 보다는 버터의 풍미가 더 오래 남아 계속해서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내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매그놀리아였기 때문에 당연히 몇년 뒤 뉴욕 방문에도 매그놀리아를 찾았다. 몇년 사이 지점이 여기저기 많이 늘어있어서 전만큼 줄을 서거나 멀리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지만 수월하게 얻어져서 그랬던 것인지 어쩐지 그리니치에서 어렵게 먹었던 그때보다 감동은 덜 한것 같았다.

이번에는 가장 유명하다는 레드벨벳 컵케익과 바닐라 푸딩을 시켜서 먹어보았는데 과연 레드벨벳의 맛은 그 유명세를 대변할만한 것이었다. 내가 갔을 당시에는 레드벨벳 컵케익의 종류가 두가지였는데 위에 올라간 아이싱에 따라서 종류가 구분됐다. 하나는 우리가 익숙하게 한국에서도 접할 수 있는 크림치즈와 슈가파우더가 섞인 아이싱 케익이었고 하나는 단단하게 올려진 생크림 아이싱이 올라와 있는 케익이었다. 둘 중에 매그놀리아를 대표하게 된 케익은 바로 생크림 아이싱 레드벨벳이었다. 우리나라보다 유제품의 종류가 다양한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단단하게 아이싱을 올릴 수 있는데, 그래서 크림의 식감이 우리나라의 생크림과는 많이 달랐다. 훨씬 더 단단하게 올라와서 오히려 크림에서 오는 느끼함을 상쇄시키고 크림을 먹는 식감에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다. 식감도 식감이거니와 우유 생크림을 썼으니 고소함과 달콤함은 말할것도 없었다. 바나나푸딩보다는 레드벨벳 컵케익에 푹 빠진 나는 그날 매장을 나서면서도 두개, 그 이후로도 틈만 나면 매그놀리아에 들러 레드벨벳 컵케익을 주문하곤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레드벨벳 컵케익은 크림치즈아이싱만 들어와있는 듯 하다. 아무래도 미국과같은 유크림을 우리나라에서 공수 할 수가 없었나보다.)

2015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로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내게는 머리가 핑 돌게 달콤한 무언가가 떠오를때면 처음으로 생각나는 곳이 매그놀리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컵케익은 바닐라케익 베이스에 초콜릿 아이싱이 올라가있는 녀석인데 그래도 한국에서 유크림이 올라간 레드벨벳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또 다시 뉴욕을 방문하게 될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첫번째로는 단연코 유크림이 올라간 레드벨벳 컵케익을 먹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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