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그 형이 떠오르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화나 해볼까.'
뚜르르. 뚜르르.
'형, 안녕하세요. 저같이 수업 들었던 태욱이에요. 합격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너도 아슬아슬하게 붙은 거 같더라. 나도 80점이야.'
'저희 둘 다 운이 엄청 좋았던 거 같아요.'
'그러게. 너 예전에 내가 얘기해 봤던 거 생각해 봤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화드린 거였어요.'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내가 대학로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데, 거기로 올 수 있니?
주말에는 언제라도 괜찮아.'
'네, 갈게요.'
큰 기대는 없었는데, 그래도 뭐라도 알아봐야겠지.라는 마음이었다.
막상 가려니까 좀 떨렸다.
이 형은 무슨 생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려고 하는 거지?
나 네트워크 같은 건 쥐뿔 하나도 없는데, 무슨 생각으로 나를 부른 걸까?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서 얘기해 보지 뭐.
'형 안녕하세요!'
'왔구나! 여기 앉아~.'
'다시 한번 합격 축하드립니다.'
'너도 붙었잖아. ㅋㅋ'
(잠시 후)
'형, 근데 왜 저한테 그런 얘길 하셨던 거예요?'
'응, 나는 이걸 사업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근데 좀 다른 방식으로 해볼 생각이야.
내가 같이 공부하던 분 들하고 얘길 해봤는데, 나처럼 하려는 분들은 별로 없는 거 같더라고.
나는 이 사업의 기회는 해외에 있다고 봐.
내 지인 중에 축구 선수가 한 분 계셔.
근데 그분 얘기를 들어보면, 이 업계가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서 이뤄지고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하시더라고.'
(여기까진 나도 알고 있는 얘기였다.)
'꼭 그렇게 해야 될까? 네 생각은 어때?'
'네?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그 네트워크 안으로 빨리 들어가야 선수도 구하고, 구단과 얘기할 기회도 생기는 거 아니에요?'
'아니, 나는 실적이 전부라고 봐.
그것도 해외로 선수를 이적시킬 수 있어야 해.
그럼 알아서 다 따라온다.
그렇지 않으면 뻔한 사업이 될 거고,
특히 국내에서만 사업하면 사이즈가 뻔해.
일단 국내에서 해외로 선수들을 이적시킬 수 있는 만든다.
그렇게 국내에서의 신뢰도를 쌓고, 해외에서 해외로 선수들을 이적시킬 수 있는 발판으로 삼는다.
뭐 이런 식이지.
내가 아까 얘기했던 지인 분이 국가대표급 선수를 한 분 소개해줄 수 있다고 했어.
당연히 소개만 하는 거고,
위임장을 받아서 계약의 기회를 만드는 건 우리가 해야 하는 거고.'
'국가대표급이요?'
'응, 근데 나 혼자 하려니까 도저히 안 될 거 같았어.
같이 하자.
그 선수가 누군지는 너 한다고 하면 그때 말할게.'
'형, 해요.
전 오히려 기회가 생긴 기분이에요.
근데 회사 설립하고 뭐 급여나 이런 거나 그런 건 어떻게 하고 싶어요?'
'솔직히 우리 맨 땅 시작이잖어.
사무실 구하고 법인 내는 건 내가 알아서 할게.
둘 다 무급으로 시작하고.'
'어차피 저 지금 군인 신분이라 지금 회사 말고 다른 곳에서 돈 받으면 안 돼요.
그리고 근무 끝나기 전에는 아예 이 일 못하는데 상관없어요?'
'오케이.'
회사에 여쭤보니, 근무시간 끝나고 무급으로 봉사활동으로 일을 돕는 건 병역법 상 문제없다고 답변받았다.
대신에 회사에서 지정한 근무에 영향 범위가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니
지금 업무처리에 영향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하겠다고 했다.
'형, 여기에요?'
'응 여기에 사무실을 얻었어.'
대학로에서 성균관대학교를 향해가는 오르막길.
그 옆에 허름한 2층 건물의 2층.
쇠로 만든 계단을 텅-텅- 소리 나게 몇 개 올라가면 나오는 3평 남짓의 공간.
'책상이랑 의자는 그냥 버려진 거 주워와서 닦았어. 괜찮지?'
'아무 상관없어요. 뭐부터 할까요?'
'그 선수 만나기로 했어.
파주 트레이닝 센터로 가야 되는데, 이제 그 선수 위임장을 어떻게 받아낼지 고민해야 돼.
근데 일단 청소부터 하자 ㅋㅋ'
이런 국가대표급 선수를 만난다니!
예전에 미싱을 했던 것 같은 그 공간은 작고 초라했지만
그런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온몸에 피가 2배는 빨리 도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