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게이머가
스포츠 에이전트로 (6)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by 안방

첫 이야기는 여기로.




우리는 간이 책상과 노트북만을 가져다 놓고,

선수를 만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성균관대 가는 길목에 있는 우리의 사무실은 굉장히 작고,

찌는 듯이 더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국가대표 선수를 만난다는 흥분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뭐가 필요할까.

선수는 어떻게 해야 우리에게 대리권을 맡겨줄까.

선수는 어디에 가고 싶은 걸까.

만약에 선수가 오케이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자고 해야 할까.

구단은 어떻게 연결해야 하지.

나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홧김에 시작했지만, 현실이 되니 막막했다.


'형, 그 선수는 뭐 때문에 우리를 만나준대요?'


'아는 분 소개니까 한 번은 만나주려고 하나 봐. 근데 우리가 기회를 놓치면 그냥 꽝인 거고.'


'그러면 한 번에 통과를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겠네요?'


'그럼 다른 선수를 시도하거나 해봐야지. 근데 너도 알다시피 이 판은 밑에서부터는 안 돼.

위에서 치고 내려와야지.'


위에서 치고 내려온다는 말은 유명한 선수를 하나 끌어들이면,

조금 명성이 적은 선수들은 따라온다는 거였다.


실제로 그랬다.

부익부 빈익빈인 시장이었다.


우리에게 이 기회는 너무 소중했고,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이 사업 자체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떠올린 건 처음 이 시도를 하게 해 준 게임인 FM이었다.


거기에는 내가 팀에 필요한 선수를 골라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 내가 선수를 필요로 하는 팀에 파는 것이라 조금 달랐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전력분석 팀장이 되어 있었다. (ㅋㅋ)


우리 둘이 서로 역할을 나눴는데,

일단 나는 축구를 보는 것에 친숙했으니까

경기들을 분석하고 선수에게 맞는 후보지를 고르려 했고


같이 일했던 형은 선수 설득을 위한 전략 설정에 여념이 었었다.

이를 테면, 우리가 공략해야 했던 선수의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서

선수가 좋아하는 것부터 의사 결정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선수가 필요로 하는 협찬(용품, 병원 등등) 제안서 작업도 하고

우리의 기회를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한 모든 시도를 하고 있었다.




'태욱아, 영국은 빼자.'


'에? 왜요?'


영국은 프리미어리그가 속해있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기도 하는 동시에,

박지성 선수가 활약 중인 리그이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 내 선수를 보내는 것.

생각만 해도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다.


그런데 영국은 제외해야 한다니.


'기존 에이전트가 영국과 프랑스에 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지금 우리가 용을 써도 영국 거를 갖고 올 수 없겠더라.'


'그럼 다른 유럽은요?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같은 곳이요.'


'거긴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근데 영국이랑 프랑스는 확실히 빼야 하는 건 알았으니

나머지 가지고 해 봐야겠다.'


조금 낙담했다.

나는 EPL 경기를 주로 봐왔고,

(첼시 팬이다.)

EPL은 따로 분석할 것도 별로 없었는데 새로운 리그를 파야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근데 낙담할 틈도 없었다. 선수와 약속한 시간은 얼마 안 남았고, 우리는 기회를 잡아야 했다.


'뭐 그래도 어쩌겠어요. 일단 해외로 이적시키는 케이스 만드는 게 더 중요하죠.'




병특 회사에 출근을 해서 근무를 하고, 퇴근한 다음에 다시 에이전트 회사로 이동하는 삶이 반복됐다.


새벽에 일을 해야 했지만 너무 신났다.


기존 업무도 빨리 끝내고 가야 저녁에 축구 경기들을 보면서 분석을 할 수 있었기에

정말 집중해서 일을 끝내야만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선수가 갈만한 구단을 발굴하는 것.


일단 우리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이를 전술적으로 필요로 하는 곳을 찾고, 그곳의 경쟁자들을 찾아야 했다.


우리 선수는 (아직 계약도 안 했지만, 내 선수였다 ㅋㅋ) 라인 브레이킹을 잘하는 선수였다.

다시 말해서 수비수 앞에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패스를 받기 위해

수비수 뒤로 돌아서 앞으로 뛰어 나가는 유형의 선수였다.


지금 시대에 유행하는 인사이드 포워드보다는 직선적으로 수비수 사이를 헤집는 스트라이커였다.


Line-Breaking-Passes-V2.png 이런 느낌이다. 순간적으로 수비수의 뒷공간을 노리는 선수.


'스트라이커, 윙포워드까지 소화가능하다고 보면 되겠지.'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뛰었던 영상들을 찾고,

일본에서 뛰었던 영상을 DVD로 공수했다.

(지금은 해외 직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도 많고, 해외의 쇼핑몰에서 바로 배송을 해주는 경우도 많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본에 있는 지인을 수소문해서 구매와 배송을 부탁했어야 했다.)


영상 편집이 가능한 지인들을 동원하여,

(그 당시만 해도 영상 편집은 신의 영역이었다.)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었다.


그 이후 3대 리그 중에서 영국을 제외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모든 경기를 닥치는 대로 보기 시작했다.


사실 유명 축구팀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AC밀란 같은) 꽤 많은 경기를 봤었는데

유명하지 않았던 구단들은 정말 생소하고 선수들도 낯설었다.


진짜 FM에서만 봤던 선수들이 대부분.


구단의 전술과 감독 성향, 경쟁자들을 하나씩 나열하고

선수와 함께 노릴 곳들을 정해보았다.


그렇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속한 20개 구단,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속한 20개 구단.

그 안에 있는 경쟁자들은 어떠한 성향으로 어떤 축구를 하는지 등.


선수에게 보여줄 500장짜리 보고서가 하나둘씩 완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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