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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태웅 Mar 12. 2016

왜 버리냐건 웃지요

미니멀리즘을 이해하는 물음들과 답변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을 정의하는 따분한 일은 글의 초입에서 후딱 때우고 넘어가도록 하자.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최소’에 있다. 왜 한국인들이 흔히 최대치를 맥시멈이라고 부르듯이, 그 반대를 생각하면 미니멈과 미니멀의 뜻이 최소치에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미니멀리즘은 끊임없이 ‘최소’를 고민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정말후딱끝냈다!

그런데 그냥 소도 아니고, 최소라니. 그래서 이 미니멀리즘이 피곤하다. 삶의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작게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는 이 고집스러운 사람들. 그들을 향해 질문을 던져라.


무엇을 그렇게 작게 만들어대고 있는가?
그리고 대체 뭐 때문에 미니멀리즘을 택했나?


    차근차근 적어가자. 미니멀리스트가 최소로 만들고 싶은 건, 나를 피곤하게 하는 모든 세계다. 나는 뭐고 세계는 뭐지? 글이 자기계발서틱한 추상의 늪으로 빠지기 전에 얼른 쉽게 풀어 써보자. 아침 8시, 여러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날 일어나 옷장에서 골라 입은 옷, 아침으로 때워 아직 배 속에서 소화 중인 시리얼, 출근길의 지하철 혹은 내 차가 갇힌 뱅뱅 사거리. 물론 이런 ‘것’들만 있었다면 우리들의 세계란 게 참 단순하고 살기도 쉬웠겠지만 조금 더 있다. 



퇴근 후에는 뭘 하냐고 묻는 애인과 같은 ‘사람’도 나를 둘러싼 세계의 일부다. 사람뿐인가, 출근 후에 날 기다리는 업무도 나의 세계고 업무를 통해 받는 월급도 세계다. 나열하고 보니 다들 인기 없는 것들 뿐이네. 나를 괴롭히는 세계는 너무나 크다. 미니멀리스트는 이런 모든 세계와 싸운다. 무엇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어떻게 싸운다? 최소로 만든다. 즉, 버리고 없애고 줄이고 정돈한다. 그럼 앞서 말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대체 왜?



    나를 제외한 모든 세계는 나를 흔든다. 먹고 사는 일부터 웃고 사는 일까지. 쉬운 게 하나 없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세계가 얼마나 있던가. 



그에 맞서 우아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를 흔드는 세계를 버리거나 정리하기 시작한다. 소유한 물건부터 시작해 인간관계, 자신의 일이나 소비 패턴까지 두루 걸쳐 말이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움직이기 위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흔들리지 않게. 그렇게 필요 없는 것들을 최소화시켜나간다. 이로써 마지막 질문 하나에 답한 셈이다. 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는가? 내게 중요하다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더 잘 지켜내기 위해서다. 그의 방해 요소를 버려가면서 말이다.



    이렇게 미니멀리즘의 정의와 목적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첫 글에서도 분명히 밝혔듯이 나는 이런 이론적인 고민을 글로 적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현실 속에서 내 행동으로 드러나는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미니멀리즘에 대해 쓰길 원한다. 그래서다행스럽게도 다음부터 이런 추상적인 글은 최대한 지양하도록 하겠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 모두 추상적인 고찰보다는, 당장 ‘행동’ 속의 미니멀리즘에 더 큰 영향과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하다시피, 그 '현실적 행동(특성상 눈에 보임)’은 가장 먼저 물건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은 소유물을 버리고, 나아가 심플한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는 삶을 일단 보고 싶어 한다. 곱상하지 못한 필자는, 곧이 곧대로 물건을 정리하는 미니멀리즘 라이프부터 서술하고자 한다. 그것도 한국형, 평범형, 생계형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면서.




삽화

보티첼리, <프리마베라>

고야, <곤봉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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