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끝이 아니라면 빈틈이다
떨어진 잎사귀는 흙으로 가라앉고
흙은 비를 기다린다
비는 바람에 휘말려 떠나면서도
돌아올 약속을 남긴다
이 모든 움직임 속에서
텅 빈 자리만이 제자리에 남아 있다
너의 손끝에서 흩어진 온기도
다시금 누군가의 이마 위에서 숨 쉰다
삶은 그런 것이다
나선형으로 이어지며 중심을 숨기고
돌아가는 듯 머무르지만
결국 우리가 밟고 서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던 그 자리
나는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지나간 뒤 남은 자국들은
때로는 아픔을 닮았고, 때로는 추억을 닮았다
그러나 손가락 끝으로 더듬다 보면
그 흔적마저 살아 있었다
삶이 허공이라면
그 허공은 차가움이 아니라 따뜻함이다
무엇도 가득 찰 수 없기에
비로소 우리는 흘려보내고, 받아들인다
빈 자리의 중심은 텅 빈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생명이다
그곳에서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온다
봄이 가득 차지 않는 이유는
빈틈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빈틈에 바람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허무가 너를 속삭일 때
고개를 숙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바람을 들여다봐라
그곳에서 우리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결국, 빈 자리는 허무의 이름을 빌린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