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부르던 목소리는
한순간 공기 속에서 가라앉고
내 숨은 스스로 길을 잃었다
내뱉지 못한 이름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스며들었다
작별은 가장 조용한 형태의 균열이다
네가 손끝으로 밀어 닫은 순간
내 안의 모든 온도는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네가 남긴 감촉을
차갑게 식은 것들 속에서 찾는다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너의 부재는 빛의 형태로 남아
매일 나를 지나가고
나는 그 빛의 무늬를 따라
너 없는 시간을 걸어간다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스치는 그 모든 흔적이
너를 지나 내 안에 새겨지고 있다
작별은 끝내 부딪히지 않는 일이다
너를 놓아도 너는 여전히
내 어느 부분에서 흐르고 있다
나는 손끝의 감촉을 접으며
너 없는 너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