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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Nov 28. 2024

작별


너를 부르던 목소리는

한순간 공기 속에서 가라앉고

내 숨은 스스로 길을 잃었다

내뱉지 못한 이름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스며들었다


작별은 가장 조용한 형태의 균열이다

네가 손끝으로 밀어 닫은 순간

내 안의 모든 온도는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네가 남긴 감촉을

차갑게 식은 것들 속에서 찾는다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너의 부재는 빛의 형태로 남아

매일 나를 지나가고

나는 그 빛의 무늬를 따라

너 없는 시간을 걸어간다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스치는 그 모든 흔적이

너를 지나 내 안에 새겨지고 있다


작별은 끝내 부딪히지 않는 일이다

너를 놓아도 너는 여전히

내 어느 부분에서 흐르고 있다

나는 손끝의 감촉을 접으며

너 없는 너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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