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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Nov 29. 2024

내려놔


너무 오래 쥐고 있진 않았니

그 끝에서 손은 점점 굳어가고

잡고자 했던 것들은

이미 너를 떠났을지도 몰라


놓아도 괜찮아

너를 버리는 게 아니라

너를 지키는 일이 될 테니까

손에서 빠져나간 것들이

사라진 자리엔

언제나 너만 남는 법이야


너의 무게가 온전히 너여야 할 필요는 없어

그 무게는 한때 너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너를 짓누르고 있지 않니

너는 짐을 지는 사람이지

짐 그 자체는 아니잖아


삶은 붙잡는 힘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아

쥐고 있는 손을 푸는 순간

너는 비로소 걸음을 옮길 수 있어

붙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니까


그러니 내려놔

너를 지치게 만든 모든 것들을

너를 아프게 한 이름들까지도

지금 이 순간 네가 잡고 있는

그 손끝의 힘을 풀어


놓아진 손바닥 위에 남은 것은

너를 걸어가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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