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쥐고 있진 않았니
그 끝에서 손은 점점 굳어가고
잡고자 했던 것들은
이미 너를 떠났을지도 몰라
놓아도 괜찮아
너를 버리는 게 아니라
너를 지키는 일이 될 테니까
손에서 빠져나간 것들이
사라진 자리엔
언제나 너만 남는 법이야
너의 무게가 온전히 너여야 할 필요는 없어
그 무게는 한때 너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너를 짓누르고 있지 않니
너는 짐을 지는 사람이지
짐 그 자체는 아니잖아
삶은 붙잡는 힘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아
쥐고 있는 손을 푸는 순간
너는 비로소 걸음을 옮길 수 있어
붙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니까
그러니 내려놔
너를 지치게 만든 모든 것들을
너를 아프게 한 이름들까지도
지금 이 순간 네가 잡고 있는
그 손끝의 힘을 풀어
놓아진 손바닥 위에 남은 것은
너를 걸어가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