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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Nov 30. 2024

부서진 이름


부르려던 이름이 목 끝에서 흩어졌다
손 안에 남은 건
사라진 무게의 흔적이었다
붙들려던 순간
모든 것이 나를 떠났음을 알았다


손을 열었을 때
그 안은 텅 비었지만
비어 있음조차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부서졌지만
그 부서짐이 남긴 흔들림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였다


부서짐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흘러가며
틈 사이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 길 위에서
너 없는 너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나는 이제 안다
부서짐은 소멸이 아니라
지나가는 일이었다는 것을
네가 부재한 날조차
나는 너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너는 사라지지 않았다
부서진 채로
내 안에 새겨지며
끝내 나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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