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바람 속에서 네가 내미는 손
초록빛 속삭임에 노랗게 피어나는 속내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이름이
골목 끝, 담벼락 아래
온 세상을 다 품은 듯 열려 있다
한낮의 태양이 네 숨을 데려가고
밤이슬이 다시 네 뿌리를 적실 때
너는 무릎 꿇지 않고
작은 떨림으로 다시 살아난다
네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하늘로 흩어진 바람의 조각
그 조각마다 새긴 노래가
돌아오지 못할 꿈을 붙들어둔다
나도 네가 되고 싶다
어디에 뿌리내리든
다시 피어나고, 다시 흩어지고
그저 바람의 길을 따라가는 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