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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06. 2024

그리움이 눅눅한 자리


그대가 지나간 자리에

뭐가 남았겠노

흙 한 줌, 바람 한 줌,

그뿐이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면

하늘은 눅눅하고,

땅은 모르게 떨린다


여기서 떠난 사람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

그런데 왜

밤마다 그대 발소리가 들리는데

꿈에라도 오고

그리워서 온다더라면

내 가슴은 떨려와서

말없이 눈물만 흐른다


그대 얼굴

어디서 보고 싶어서 난리였을까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차서

그대 숨결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났던가

내 속을 파고드는 그 목소리


그대가 떠난 자리는

그냥 물기 없어진 땅이지만

내 눈에선 그 자리가

밝게 빛나고,

밤이 되어도

내 발걸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내가 두고 온 그대가

이 자리에 묻힌 걸까


내가 이토록 그리운 건

그대만 아니라

그대가 사라지던 그 순간,

내가 그 자리에 놓인 게 아니라

그대와 함께 놓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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