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지나간 자리에
뭐가 남았겠노
흙 한 줌, 바람 한 줌,
그뿐이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면
하늘은 눅눅하고,
땅은 모르게 떨린다
여기서 떠난 사람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
그런데 왜
밤마다 그대 발소리가 들리는데
꿈에라도 오고
그리워서 온다더라면
내 가슴은 떨려와서
말없이 눈물만 흐른다
그대 얼굴
어디서 보고 싶어서 난리였을까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차서
그대 숨결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났던가
내 속을 파고드는 그 목소리
그대가 떠난 자리는
그냥 물기 없어진 땅이지만
내 눈에선 그 자리가
밝게 빛나고,
밤이 되어도
내 발걸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내가 두고 온 그대가
이 자리에 묻힌 걸까
내가 이토록 그리운 건
그대만 아니라
그대가 사라지던 그 순간,
내가 그 자리에 놓인 게 아니라
그대와 함께 놓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