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곳에서
너는 무너지곤 했다,
그 무게가 세상의
나머지 반절을 떠받치고 있다는 걸
오직 너만 알았다
흐르지 못한 눈물은
네 맨발에서 돋아난 이끼가 되어
하얀 벽의 골목들을 타고 오르더라
누군가는 그 이끼를 만져보고는
축축하다고, 냄새 난다고,
그 벽에 낙서를 남겼다
그러나 너는 알아보았다
그곳이 네 눈물이 머문 자리라는 걸
낙서 사이를 비집고 나는 꽃향기,
하늘이 돌려보낸 위로 같아서
가만히 고개를 들어보니
밤새 눈물을 머금은 꽃들이
바람을 틔우며 흔들리고 있었다
너는 그날 처음으로 생각했다
눈물은 무너지지 않으려는
마음의 모양일지도 모른다고
흘러내리지 않더라도,
사라지지 않더라도
다만 너를 살게 했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눈물은 어디로 흐르는가”
벽이 대답했다
“네가 선 곳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