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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닿지 않는다

by 아무개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쓸려가고, 다시 밀려왔다


손끝에 닿던 것들은 금방 흩어졌고

눈 감으면 없던 일이 되었다


나는 한때 파도였다

모래를 적시고도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그러다 비가 되었고,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기억도 비슷했다

남아서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아서 남는 것


나는 머물지 못했다

그게 슬픈 일인지, 아무 일도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오늘도 흘러갈 뿐

닿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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