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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의 그림자

by 아무개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시간은 등 뒤에서

하나씩 문을 닫았다


돌아보면

먼지가 먼저 길을 차지하고

발자국은 금세 사라졌다


언젠가 불던 바람도

나를 스치지 않고 지나갔듯이

너 역시 망설임 없이 사라졌으니


갈등이란 것이 남았다

바람에 흔들리다 멈춘 창처럼

어딘가 기울어져


그리움이란 것이 남았다

비 온 뒤 풀잎 위의 물방울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고 맴돌며


기다리지 않는 삶은

때론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나는 기다림을 두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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