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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방식

by 아무개


외로움은 끝내 말을 잃는 일이다

한 음절씩 부서지는 밤의 모서리에서

나는 나를 향해 손을 뻗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벽과 벽 사이에 스며든 공기처럼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것

그것이 외로움이라면


나는 몇 번이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며

스스로를 유령처럼 안아본다


고요는 어쩌면

외로움이 선택한 가장 정직한 방식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나는 나를 껴안고

소리 없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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