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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

by 아무개


밤이 깊어질수록

나는 더욱 당신께 가 닿습니다


바람은 창을 흔들어 불안을 쓸어놓고

고요는 발목을 붙잡아 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당신의 손길은 실로암 물결처럼 스며들어

나를 가만히 감싸 안습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빛이 있습니다

흐린 마음마저 투명하게 씻어내는 손길이 있습니다


넘어지고 부딪쳐 깨어진 마음도

당신께 맡기면

흩어진 조각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습니다


실로암의 맑은 물이 이마를 적시면

무거운 눈꺼풀 아래로

조용한 새벽이 스며들고


흐르는 물결 따라

고된 하루도 흘러가리라


이 잔잔한 물 위에

내 모든 눈물을 띄워 보내고

마침내 당신께 흘러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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