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에 걸린 건
어제의 셔츠 대신
한줌의 저녁빛이었다
접히지 않는 주름들 사이로
작은 목소리들이 스며 나왔다
기억을 펼치면
한 번도 다려지지 않은
침묵의 틈새가 드러난다
말하지 못한 문장들은
젖은 책갈피처럼 무겁다
나는 오늘을 한 장씩 찢어내며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비워질수록 묵직해지는
이름 없는 조각들
가장 깊은 주름 속에
너를 접어 넣고
그 온기가 식지 않길 기다린다
사라진 것들만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음을 안다
주로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