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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이곳에

by 아무개


새벽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신다

오늘도 나는 여기 있다는

가장 작은 증명


거울 속에 비친 눈가의 주름이

어제보다 깊어진 것 같다

누군가의 필요를 위해 밤새

끌어안았던 걱정들이

그렇게 흔적을 남겼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버티고 있는 걸까


숨 쉬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성공이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내 마음은 안다

살아간다는 것과

버틴다는 것 사이의

그 미묘한 차이를


식탁에 놓인 찬밥처럼

차가워진 내 필요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내 안의 소리는

까맣게 잊은 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하철에서 마주친

낯선 이의 눈빛도

나처럼 지쳐 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간의 모래알들


나를 위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다


잠시 멈추어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 필요를 위한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오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지친 내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으며

나지막이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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