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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기록

by 아무개


본인처럼,

쓸모없는 것들을 모아 모아

한 껏 품었더니

별이 되었다


메모지 위로 서걱이는

소리가 들릴 때면

반딧불같이 단어들이 날아오른다


세상이 버린 것들은

내 안에서 빛을 낸다

손금처럼 잔잔한 궤적을 그리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것들의

연대기를 쓴다

반짝임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


나는 알고 있다

모든 별들이 죽음을 안고 태어난다는 것을

흩어진 먼지가 다시 모여

빛이 된다는 것을


종이 위에 내려앉은 검은 글자들은

고요한 밤을 견디는 법을 가르친다

내 손끝에서 별이 된 말들이

누군가의 밤을 건너게 할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는 계속 모은다

쓸모없는 빛들을

언젠가 큰 별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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