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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고백

by 아무개


그대는 내게

보름달 대신

그믐달의 쓸쓸함을 안겨주었네

반쪽의 사랑만을 알려주었네


좁디좁은 내 방에선

별빛조차 사치로웠는데

그대는 오셔서

나의 침상을 뱃길로 바꾸었네


바다를 모르는 내게

항해의 법을 일러주고

어둠 속에서도 별을 따라

가는 길을 보여주었네


그리하여 나는

오랫동안 감추어 두었던

내 영혼의 이름을

그대에게 속삭였네


꽃이라 이름하고

지는 것이라 말했네


꽃은 지고

이름은 사라져도

그 자리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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