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독하게 혼자라 더 혼자이고 싶어

by 아무개


나의 고독은

그림자보다 길다

아침이면 더 길어진다


타인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스며들 때

나는 벽이 되어간다


지독하게 혼자라

더 혼자이고 싶어


내 방의 모서리엔

말없이 쌓인 시간들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소리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지 않는 것이

나의 작은 저항


지독하게 혼자라

더 혼자이고 싶어


세상의 소음이

내 피부를 두드릴 때마다

나는 더 깊은 곳으로 숨는다


혼자의 방에서

혼자의 시간을 걷는다

그 누구도 남기지 않은 발자국으로


지독하게 혼자라

나는 그저

더 혼자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림자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