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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가에서

by 아무개


나는 도시의 모퉁이마다

당신을 심었습니다


새벽이 아침으로 번지는 순간

그 빛의 틈새에


이름 대신 숨결을 새기고

등을 돌렸습니다


미세한 바람이 불어와

당신을 닮은 것들을 흔들 때


나는 그제야 당신의 부재를

알아챕니다


천천히, 하나씩

당신의 손가락이 그렸던


작은 기억들을

실밥 풀리듯 더듬습니다


길모퉁이에서

혀끝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여전히 고립된 섬입니다


당신의 흔적을 좇는 동안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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