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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월

by 아무개


햇살이 창을 두드리던 오후였어요

당신의 이름이 환하게 내 안에서 불렀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꽃이 피듯

나는 그 순간을, 사랑이라고 믿었죠


잎 하나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당신의 웃음이 떠올랐어요

별것 아닌 대화에도 하루가 무르익었고

그 하루가 계절이 되었어요


누구에게는 평범한 봄일지 몰라도

내게 오월은 당신이었어요

그저 옆에 있어주는 숨결 하나로도

세상은 조금 따뜻해졌으니까요


지나가는 바람처럼 짧은 순간이었어도

나는 잊지 않아요

햇살보다 먼저 내 마음을 비추던

그날의 당신을, 아직도


그래서 오늘도

꽃이 핀 길을 걷다 보면

문득 당신에게 가는 길이

내 마음 안에 남아 있단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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