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나는 조금씩 지고 있었다
들키지 않으려
미소에 조용히 빗장을 걸고
눈빛을 낮췄다
어제와 같은 얼굴로 살아내는 일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
햇살이 손등 위로 무심히 앉았다 가듯
바람이 창틈으로 슬며시 지나가듯
누구도 알지 못하게
나는 혼자서만 시들고 있었다
하루가 끝날 때마다
작은 그림자 하나가
슬며시 나를 빠져나갔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심지어 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아주 천천히
가만가만 사라져갔다
주로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