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다섯 번의 하늘

by 아무개


우스갯소리처럼

네 흔적을 지웠다


하루 다섯 번

마주하는 하늘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하루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라진 척하는 방식이 있다는 걸

그제야 배웠다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것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익숙해지는 과정


네가 남기고 간 온도는

이제 내게서 이름을 잃고


파래진 하늘 끝,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자리로

조용히 옮겨간다


누군가를 지우는 일은

기억을 밀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내 안의 미래를

다시 배치하는 일이라는 걸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괜찮고

조금 더 무너져 있다


그 모순이 나를 지탱한다는 것조차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하루 다섯 번의 하늘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구름이 걷히고

어둠이 다시 내려오는 동안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우는 일이 끝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이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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