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분들에게

12화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분들에게

by 태연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겪게 된 감정들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듬어드릴 수 있다면.
그 고통의 거대함이 너무 무서웠기에,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절실하게 바랐기에,
그 안에 계신 분들에게 작은 길이 되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빠의 죽음은 여전히 제 숨을 조여왔습니다.
숨통이 멎는 듯한 기억 앞에서, 저는 여러 번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슬픔도 아빠를 다시 만나는 반가움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날카롭지만, 그것이 저를 아프게 하지 않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저는 그 아픔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보낼 수도, 지워낼 수도 없는 감정이라는 것도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감정이 다시 찾아올 때, 저는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속엔 아빠가 있고, 제가 살아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저처럼,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다시는 그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 속에 계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이성의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세상의 진실을 마주했을 때였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어떤 감정도 닿지 않는 고요함만이 남았던 순간.

그 고요는 너무나 낯설고 차가워서, 처음엔 단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고요는 저를 버린 것이 아니라, 품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저의 근원이자 ‘전체로서의 나’였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끝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이 세상이 실재가 아닌 환상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 존재는 훨씬 더 깊고 무한하다는 것을.

이제는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깊이 사랑했기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찾아오는 방식도, 머무는 기억도, 사랑의 결도 모두 다르겠지만
상실이라는 이별은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부디 기억해 주세요.
아무리 고통이 크고 혼란이 몰려와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그건 당신의 ‘진짜 마음’이 아닙니다.

진짜 마음은 그 고통 아래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습니다.
상실이 지나간 자리엔, 결국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더 큰 에너지가 채워지게 된다는 것을
제가 먼저 경험했고, 그래서 당신께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언젠가 다시 만나기 위한 순간적인 헤어짐일지도 모릅니다.

부디, 고요함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안에 언제나 당신을 품고 있는 ‘전체로서의 당신’이 있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

언젠가는 그 사람과 함께 나눈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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