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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엽시계 Apr 03. 2022

셰프는 되는데 다꽝은 왜 안돼?

잃어버린 주방장을 찾습니다.

어린 시절 무협 영화 “소림사 주방장”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다.


내용이야 당시 무협 영화가 거의 그랬듯이 스승님을 해한 자에 복수하는 내용.     

그 영화를 본 친구들과 서로 내가 소림사 주방장이라고 우기며  무술 흉내를 내며 놀기도 했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주방장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친숙한 단어였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일반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주방장.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이나 지금 요리사의 길로 갓 접어든 사람들이 되고 싶은 최고의 자리.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방장을 “셰프”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의 일반 명사가 된 듯이 당연히 셰프라고 부르고 있다.     


주방장이나 조리장, 책임 요리사라고 불러도 될 것을 굳이 프랑스 말인 “셰프”라는 말을 너무나도 당연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나 서양 요리 전문식당에서 주방장을 셰프라고 부른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서양 요리 전문식당도 아닌 중국집이나 한식 전문식당에서조차 주방장을 셰프라고 부르니 웃기다는 생각도 든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그렇고 뉴스나 신문 기사를 보더라도 주방장을 셰프라단어로 부르고 있다.     

주방장이란 말이 촌스럽게 들려서 그런가?


아니면 주방장, 조리장, 책임 요리사란 말이 원래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에서 쓰는 말이기라도 한 걸까?   

  



중국집에서 어떠한 음식을 주문하던 절대 빠지지 않는 반찬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단무지”.

약간 하고 시원한 느낌도 들 중국 음식 특유의 기름기를 잊게 해주는 녀석.     


중국 요리의 반찬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 패스트푸드인 김밥에도 빠지지 않는 아주 친숙한 반찬.     

단무지를 과거에는 “다꽝”으로 불렀다.


단무지에 대해 기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일본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다.     


그래서 일본말인 다꽝으로 불렸고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당연히 다꽝으로 불렀고.     

짜장면을 먹다 단무지가 부족하면 “여기 다꽝 좀 더 주세요!”라고 손을 들며 외치기도 했다.     




그러다 민족정신 회복과 일제 잔재 청산 운동이 일면서 기성세대가 알게 모르게 쓰던 많은 일본말을 한국말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꽝은 단무지라는 말로 대체되었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다꽝이라는 단어가 있었나 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 민족의 글과 언어가 있으니 우리말로 순화해서 부르자고 외쳤던 그때가 있었고 지금도 외국어를 우리말로 부르자는 홍보를 각 언론 기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당장 대체할 말이 없는 외래어를 빼고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꿔 부르자는 홍보를 하는 방송과 신문 등언론이 역설적이게도 셰프라는 외국어만큼은 마치 우리말인 양 떠들어 대고 있다.     


이러다 셰프가 외국어가 아닌 대체 불가한 외래어가 되어 우리말인 주방장이나 책임 요리사란 말을 몰아낼 것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기원된 다꽝은 왜 굳이 단무지로 변경해 부르자고 한 걸까?

     

당연히 민족 감정 때문에 일본말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해서지.

그렇지만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서양말을 쓰는 것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과거 친숙했던 외국어 다꽝은 우리말 단무지가 몰아냈지만,

친숙한 우리말 주방장이란 단어는 외국어 셰프가 몰아냈다.

두 단어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출생지.




셰프란 단어가 일반 명사처럼 된 것은 몇 해 전 크게 성공했던 드라마 “파스타” 때문인 것 같다.   

  

그 드라마 공 이후 셰프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일반 명사가 되어 우리말을 몰아내고 있는 지금이다.   


 어린아이들이 만화 영화 속의 슈퍼맨이나 배트맨을 흉내 내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다.

“만화가 애를 잡네”라고.     

정말 드라마가 우리의 주방장을 잡은 꼴이 되고 말았다.      




주방장이란 우리말보다 영어나 서양말이 더 멋있게 들려 셰프라고 부르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언어 사대주의다.     


주방장이란 말이 촌스럽거나 만일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느껴진다면 지금 세대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말의 단어로 불렀으면 좋겠다.     


민족 자체 문자와 언어를 쓰는 세계 몇 안 되는 국가우리 대한민국에서 굳이 다른 나라 말을 한국말처럼 쓴다면 우리 스스로 한글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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