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엽시계 Apr 05. 2022

당신도 가면을 쓰고 다니시나요?

유리가면

가면무도회의 기원을 몰라서 찾아보았는데.   


1268년 베네치아에서 시작되어 이후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베르사유 궁전에서 귀족들의 화려한 유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귀족들이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그들끼리 뭉친 것이 시작이라는 것.

당시 평민들이야 참가 자격조차 없었지만, 그 비싼 가면과 의상을 구입할 돈도 없었겠지.     


그렇게 시작된 가면무도회는 굳이 과거의 귀족 시절이 아니라도 우리 주위에서 열리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국적도 기원도 불분명한 핼러윈 축제도 비슷한 취미를 가진 이들이 각양각색의 요란한 분장을 한 후 함께 즐긴다는 점에서 가면무도회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같은 계급,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그냥 편하게 즐기면 될 것을,

왜 굳이 불편하게 가면이나 요란한 분장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 때도 가끔 있다.     




가면은 참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되는 단어다.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 배트맨의 가면도 있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할 때 쓰는 어나니머스의 가면처럼 긍정적인 가면이 있는 반면에 사람을 살해하는 테러리스트의 복면이 있기도 하고 공포 영화 스크림 가면처럼 악이나 부정을 의미하는 가면이 있기도 하다.     


가면 (假面)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짜 얼굴이라는 뜻.   

  

글자 그대로만 풀이를 하면 분명 좋은 의미를 내포하지는 않지만, 정의의 사도들이 사용하는 가면은 많은 아이들이 되고 싶어 하는 긍정적인 영웅의 이미지가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주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 가면을 쓰며 사는 이들을 보게 된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




그들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는 거짓된 얼굴의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도대체 언제부터 자기가 재래시장에서 장을 봤다고 시장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가격도 제대로 모르면서 묻지마 쇼핑을 하듯 사재기(?)를 하느라 바쁘다.     

     

그 가면 쓴 얼굴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 같이 "민생"을 외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그들은 그런 가면을 벗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그들이 과연 재래시장에 다시 나타나 그때처럼 사재기(?)를 할까?     


대통령 선거는 끝났고 6월 지방선거 때 유리 가면을 쓴 수많은 이들이 재래시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묻지마 쇼핑을 하는 모습을 TV나 신문 등을 통해 지겹게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런 유리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이 들이 비단 정치인뿐일까?

혹시 나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유리 가면을 씌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가 자신은 선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비록 나쁜 일을 가끔 저질러도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이고 필요악이라고 스스로의 자신을 위로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동네에 장애아 시설이 들어온다고 하면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는 멀리하라는 차별을 가르친다.

그 부모님한테는 좋은 성적, 좋은 집안이 좋은 친구일까?     


우리와 이웃하는 사람들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하면서도,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명품 아파트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주문한 물건을 싣고 오는 택배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자신들이 주문한 음식 냄새가 엘리베이터에 밴다며 배달 기사들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차별을 강요한다.

그들에게 택배 기사와 배달 기사는 자신들과 다른 세계 사람인 것일까?     




비단 그 들만의 이야기는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에서 몇 개의 가면을 번갈아 써가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의 나를 이웃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전주 노송동의 기부 천사가 생각난다.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기부 천사.


어쩌면 그 천사는 자신의 지인들에게는 천사의 얼굴을 감춘 채로 평범한 사람 얼굴의 유리 가면을 쓰고 인간 세상에 살아가고 있기에 그 누구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평범한 사람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  천사들이 넘쳐 나는 아름다운 세상은 언제쯤 올까?

작가의 이전글 셰프는 되는데 다꽝은 왜 안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