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이가 살짝 밉기도 하지만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소중한 아이들임은 분명하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부모님들은"개구쟁이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씩씩하게만 자라서 부모님 속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불효자도 있으니 적당히 씩씩하게 자라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몇 해전 KBS 개그 콘서트의"풀하우스"라는 코너에 "이 놈 아저씨"가 인기였던 걸로 기억난다.
어머니 말씀 안 듣는 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해 옆집의 무서운 아저씨가 와서 "이놈들! ~~" 하면서 혼내주는 아저씨.
80년대 초반만 해도 동네에 이런 아저씨 한 두 분은 꼭 계셨다.
엄마가 부르면 번개같이 나타나서 나에게 "이놈"을 시전 하던 호랑이 아저씨.
지금은 버릇없이 구는 아이를 나무라면 아이의 부모가 나타나서 "당신이 뭔데 내 아이 기죽이냐"는 부모의 항의를 받기 일쑤지만 그 시절에는 부모님 말씀을 안 들으면 혼내 주는 걸 떠나 잡아가는 아저씨들이 계셨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경찰 아저씨들.
"너 엄마 말 안 들으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라는 엄마의 선전포고,
경찰은 나쁜 놈들을 잡아가는 정의의 용사인데 왜 우리의 어머니들은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잡아가는 악마로 변모시키셨을까?
그런 의문을 품고 자라나서 어른이 되었음에도 나 역시 어느 특정 직업인을 지칭하며 아이들에게 "너 말 안 들으면 저 아저씨가 잡아간다"라는 거짓부렁을 하고 있다.
그런 어른들의 협박(?)은 시대를 불문하는 모양이다.
나의 부모님은 일제강점기를 경험하신 세대 셔서 그런지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너 말 안 들으면 저 순사가 잡아간다."라는 말을 들으셨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80년대 후반까지 군사정권의 서슬 퍼런 독재 시대인지라 경찰이 친근한 존재가 아닌 나를 감시하고 체포하는 무서운 존재였던 탓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개구쟁이인 나를 잡아가는 존재는 경찰 아저씨가 아니라 바로 넝마 아저씨였다.
일명 "넝마주이" 또는 "망태 아저씨" or "망태 할아버지"라 불리는 공포스러운(?) 존재.
등에는 망태라 부르는 큰 바구니를 메고 긴 집게로 길거리나 가정집 앞에 시멘트로 만들어진 쓰레기통에서 재활용품을 집어가는 아저씨들.
어린아이였던 내 눈에 그런 넝마주이 아저씨들은 정말 무섭게 보였다.
바로 그런 넝마 아저씨를 가리키며 어머니는 말씀하셨지.
"엄마 말 안 들으면 저 망태 아저씨가 너 잡아간다."라고.
가끔 넝마주이 아저씨는 자신의 바구니에 아이를 태우고 가기도 했는데 아마 그 아저씨의 자녀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눈에 비친 그 아이는 영락없이 엄마 말 안 들어 잡혀가는 아이였다.
그로 인해 넝마 아저씨가 더 무서운 존재로 보였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부모님의 말씀은 어느 특정 직업군의 사람을 비하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이야 모두가 왕자님. 공주님으로 크고 계시니 말 좀 안 듣는다고 우리 세대처럼 넝마 아저씨나 경찰 아저씨한테 잡혀가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겠지.
가끔 뉴스에서 자신의 아이한테 특정 직업군의 사람을 가리키면서 "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저렇게 된다."라는 무식한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곤 한다.
자신은 못 배운 부모님들보다 훨씬 많이 배우고 잘 났다고 자부하고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삶을 케케묵은 유교 사상에 갇혀 산 구닥다리로 치부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씩씩하게만 자라온 양아치의 행동을 보인다.
“너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라는 말보다 “너 말 안 들으면 저 아저씨가 잡아간다.”가 더 인간적이고 교육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 힘들어도 공부만 잘하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말보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이 아이들에게 더 힘이 되는 격려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동네 골목에서 어머니가 "밥 먹어라!~~"라고 부르시기 전까지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뛰어놀던 그 시대의 개구쟁이들의 모습을 지금 다시 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