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이 힘든 그대에게 소소한 위로와 현실적 조언을.
- 당신은 비빌 언덕이 있나요?
- 사회생활(인간관계)로 고민이 많은 쥬니어분들
- 비빌 언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분들
- 이해되지 않을 땐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럴 일도 있지.'
- 오늘부터 하나씩 나를 위로해주는 비빌 언덕을 찾아보는 거예요. 매운 떡볶이 먹는 것도 좋아요.
하겐다즈 한 통을 퍼먹는 것도요. 아니면 킬링 타임 영화를 보고 꺼이꺼이 웃는 것도요. 아니면 그림을 그려보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고요.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탁에 앉아서 쓰는 소설인데 전문적인 소설가가 아니라 일반인이 쓴 소설이 크게 인정을 받았을 때 붙이는 이름입니다. 자신의 생업을 마치고 고된 몸을 이끌고 또 글이든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러한 일을 하면서 자기 자신이 치유를 받는다고 합니다. 사회생활의 비빌 언덕을 만들어 두는 셈이죠. 저에게도 비빌 언덕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의 영혼이 모독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미성숙한 사람들 사이에는 '오해를 일으키는 말과 말을 전달하는 행동'이라는 파도가 치면 모두 다칩니다. 예전 회사에서 새로 리더분(임원)이 오셨습니다. 그/그녀는 신입인 저에게 이것저것 업무를 시켜보시고는 나중에는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다양하게 맡기셨습니다. 신뢰를 받는 느낌이 드니, 더 잘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서 일하려 했습니다. 리더 분과 저는 공적이 로든 사적으로든 자주 만났어요.
저에게 격의 없이 대하시고 편하게 생각하셔서 대부분의 일들을 저에게 맡기셨고 이런 모습이 동료에게는 불편한 지점이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더 눈치가 없없고 남들이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선배들은 제가 하는 행동과 업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 회사에만 좋은 일이라고. 네가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라고. 선배들이 미워했던 마음을 지금에야 완전히 이해하지만,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던 것 같아요.
한동안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삶은 내뜻대로 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고 경미한 조울증까지 왔던 것 같아요. 아주 사소한 일에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오르내렸으니까요. 깔깔거리고 웃다가도 다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 잡히기도 했어요. 아주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향해 최선을 다하려고 매달렸고 나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속으로 저주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이런 제 마음 상태를 알고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조언해주었지만,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그저 삶이 제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고 도망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 제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서 책을 꾸역꾸역 제 안에 넣었습니다.
삶의 길은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도 하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기도 하니까. 슬프더라도 낙심하지는 않는 것으로.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에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버티어 이겨내는 삶을 권하는 느낌의 위로를 받았어요. ‘선뜻 이해되지 않은 일이었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라는 구절처럼 나와 다른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고, 그런 생각과 말을 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에서 '목계' 같은 사람의 비유를 읽고 닮고 싶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잘것없지만 아무리 큰 닭이 덮쳐도 허점을 보이거나 미동을 하지 않는다. 쉽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다. 어떠한 적이 덤벼도 함부로 버둥거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적절히 둔감하고 의연해야 한다. 둔감하기 위해서, 어떠한 적이 덤벼도 함부로 버둥거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적절히 둔감하고 의연해야 한다.' 조금 더 둔감해지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지만, 매일 부딪히고 일을 해야 하기에 저를 지키면서 잘 지내는 균형의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균형 잡기를 위해서는 제게 힘이 되는 비빌 언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책을 읽음으로 위로를 받았고, 또 책 속의 구절들을 '캘리그래피'로 쓰면서 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혼하고 연금으로만 생계를 이어가던 조앤 K. 롤링은 돈을 구하기 위해 또 자신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어린 딸을 옆에 두고 식탁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것처럼요.
그렇게 캘리그래피를 매일 쓰다가 기회가 돼서 YG에서 운영하는 이태원 퓨전 포차의 간판과 메뉴를 쓰기도 했습니다. 또, 부대표님의 요청으로 연말에 회사 전 직원들을 위한 선물로 캘리그래피 액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나름 균형 잡기를 위한 지혜를 하나 배웠습니다. 비빌 언덕 하나쯤은 있어야 풍파 많은 사회생활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지킬 수 있다는 것. 당신의 비빌 언덕은 무엇인가요?
*힘들 때 위로가 된 시예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한계선, 박노해>
내 잔에 넘쳐 흐르던 시간은
언제나 절망과 비례했지
거짓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마음은 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어
<청춘, 황경신>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비망록,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