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함을 경험한 것은

13. 약자이기 때문이다

by taeyimpact

사업은 확률 싸움이라고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해 그 안에서 최대한 리소스를 쏟아붓고 최고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을 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 뛰어들었다.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은 것은,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다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어찌어찌해 나는 다양한 인연과 상황으로 내가 모르는 영역의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건 바로 패션 산업이다. 나는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사촌동생이 있었다. 또 화장품 브랜드 매니저를 11년 하면서 트렌드를 스터디할 때 제일 먼저 보는 영역이 직물과 팬톤 컬러, 패션쇼 등 패션 산업이었던 것도 자연스럽게 이 산업으로 들어오게 되는 흐름이기도 했다.


불면증을 겪었던 나는 깊이 잠을 자지 못한다. 그렇다고 잠을 적게 자는 편도 아니다. 가늘고 길게 자는 편이라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해 늘 아쉬움이 컸다. 어떻게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지? 이 질문은 평생의 화두다.


침대를 좋은 것으로 바꾸고 베개도 기능성 베개란 베개는 모두 샀다. 암막 커튼도 2개 정도 세팅해두었다. 잠들기 전, 반신욕을 하거나 아로마 향을 맡으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잔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것은 내 생활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집에서든 출장을 가서든 꼭 잠옷을 챙겨 입고 잔다. 잠을 잘 때는 잠옷을 입고 자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습관이 되서인지 성인이 돼서는 잠옷에 대한 확고한 스타일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잠옷'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패션 산업에 깃발을 꽂았다.


패션 산업은,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화장품과는 달리, 패션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모든 일에 사람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큰 공장에서 돌리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코로나 19로 해외 공장들이 문 닫은 상황에서 국내 공장은 더 분주하게 사람들이 그 일을 다 해내고 있다.


이곳에서 거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극도의 융통성이 붙는다. 생산비용을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줄이거나 하는 건, 이 산업에서 얼마나 오래 버텼고 경험했느냐고 나온다. 나같이 초짜인 사람을 만나면 그들은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잘 모르니까 아는 사람들에 비해 2-3배는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을 전공했거나, 패션 산업에서 일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절대 초짜 티를 내면 안 된다고 했다. 만만하게 보고 덤터기를 씌울 수 있다고. (아니, 이 이야기를 진즉 듣지 못했을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호구가 되어 크게는 3,000만 원의 돈을, 횃수로는 3번의 부당함을 경험했다. (사실 더 많은 돈과 부당한 일을 경험한 횟수가 많을 수 있다. 큰 건만 기억하는 편이라...)


물건 가격을 100원도 깎아보며 살아오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부당한 일을 당한다는 건 내 위치가 약자이기 때문이다. 약자라는 위치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좀 더 단단해졌고, 신중해졌으며 이제는 제법 가격 네고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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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우리 의식주의 팀에서 만든 제품 2개가 DDP 디자인페어에 우수 제품으로 뽑혀서 2022년 DDP 디자인페어에 전시를 2주간 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최대 디자인 축제 '서울디자인 2022'에서 전시하는 것도 놀라운데, 인터뷰까지 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많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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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디자인 페어 아트홀 2관에 전시된 의식주의 우수 제품


https://youtu.be/0_tz9HjJG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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