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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Jan 01. 2023

새해 첫 이벤트

24번째 손님


일출을 보려고 집 뒤쪽에 자리한 남산성곽길을 향해 올라갔다. 뿌연 안개와 아파트로 해가 뜨는 모습을 완연히 보기 어려웠다.

우리와 같이 온 사람들도 기대와 다른 현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아파트 14동이 문제네.’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내 마음도 그러했다. 나와 관계도 없는 아파트가 미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10분, 20분이 흘렀을 때 아파트 벽면을 붉게 타면서 해가 빼꼼 얼굴을 드러냈다.

남편은 ‘이제, 그만 갈까?’를 제안했다.

무언가 아쉬움이 컸다. 역시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이 큰 것 같아. 속으로 읊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남산성곽길에서 카페로 가는 길을 성곽길 위 쪽이 아닌, 아래로 가기로 했다.

“중구청 공무원들은 남산성곽길을 안 오는 것 같지 않아?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눈을 치우지 않잖아.”

나의 불만 섞인 말에

“일부러 치우지 않는 걸 수도. 우리는 자연에 놀러 온 손님이니까, 손님이 불편을 감수해야지.”

현명한 대답을 해주었다. 맞아, 우리는 자연에 놀러 온 손님이니까. 나의 불편이 아닌 자연을 지키기 위한 마음이 더 중요하지 싶었다.


원래 오기로 한 시간보다 20분 늦게 카페에 도착했다.

평소 아침에 일찍 카페에 와본 나로서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주문하려고 휴대폰을 켰는데, 오늘 새해 이벤트로 23명에게만 무료로 음료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24번째.

나는 그 23명 이벤트에 속하지 못했다.

짜증이 일어났다. 괜히 해를 본다고 해서는! 조금만 더 일찍 카페에 왔더라면! 하는 그런 생각들이 스쳤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을 돌이켜보면, 커피 한 잔 때문에 나의 새해 아침에 본 일출의 경관과 다양한 생각 그리고 남편과 나눈 대화를 지울 수 없었다.

23년도에 무수히 많은 일이 나에게 또 다가오겠지만, 나는 그 일에 대해서 모두 손님처럼 반갑게 맞이하는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형태로 왔든, 어떤 결론을 내게 주든, 웰컴!


always welcome!


23년 처음 만난 고양이, 아가를 베고 있던데 무사히 출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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