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본 직장생활 자기 객관화
화장품 회사 11년.
뷰티업계는 여자가 많은 산업 중 하나다. 나는 11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삶보다 여자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일을 했다.
신기하게도 내 삶의 절반은 여성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살았다고 하면 믿길까. 여중 3년, 여고 3년, 여대 4년 그리고 화장품 회사 11년. 자그마치 21년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겐 꽤나 멋지고 근사한 여자 친구들이 있다. 자존감이 높은 친구들이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푸념과 뒷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 개인의 특성 탓에 내 주변도 나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로 채워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에선 내가 친구를 선택했든, 같이 일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다. 군대에 다양한 놈들이 오듯, 여자가 많은 산업군에서도 다양한 층위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찬 곳으로 가면 다행이지만, 반대라면 제일 중요한 건 '단단한 캐릭터'다.
좋은 리더, 나쁜 리더, 이상한 리더
직장생활 중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 이상한 리더를 두루 경험했는데 좋은 리더는 굉장히 진실한 사람으로 능력과 인품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나쁜 리더는 직원을 자신이 세워둔(회사에서 맡겨진)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안하무인처럼 일하는 사람이었다. 이상한 리더는 자신이 좋은 리더라고 철석같이 믿거나, 난독증이 있어 기획안의 내용보다는 형식이 중요한 그런 사람이 있었다.
어떤 리더를 만나든 그냥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는 거다. 더 좋은 리더를 만나면 좋았겠지만, 원래 사회는 좋은 사람보다 안 좋고 이상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억에 남는 선배가 있는데, 꽤나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야, 걸러들어. 걸러서 배우고." 나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경험이 많은 선배라고 태도나 가치관이 더 낫지만은 않기에 나는 선배의 거친 말이 꽤나 인사이트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후배, 나쁜 후대, 이상한 후배가 있기 마련이다. 나도 성장하면서 관리자가 되고 리더가 되면서 상대적 위치로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나는 후배보다는 리더에게 좀 더 엄격하게 굴었고, 꽤나 대범하게 할 말을 다하는 녀석이었다.
강약약강이 싫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도 있지만, 후배보다 선배가 그리고 팔로워보다 리더가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바로 서야, 회사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다. 그때 리더가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하면, 따로 그 부분에 대해서 고쳐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다른 곳으로 이직한 리더분에게 연락을 받았다. '네가 와주면, 든든할 것 같아.' 놀랐다. 꽤나 표현에 서투르고 말을 본의 아니게 전해 여럿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리더였다. 그래서 그분께 그분의 행동으로 어떤 상황이 있고, 상처를 받았는지 가감 없이 말한 나였기에, 다른 곳에서 나를 부른다는 것이 꽤나 놀라웠다.
꽤나 당돌한 녀석이었는데 좋게 봐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이제 나도 나이가 찼고 내가 선택한 공간에서 리더일 수밖에 없는데, 내 곁에도 당돌한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그래서 오늘도 '한비자'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