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지 1.
제가 키우는 고양이(이름은 기니)는 꽤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추운 겨울, 기니의 숨통은 겨우 붙어 있었고 그렇게 끝날 줄 모르는 병원 생활의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니가 입원한 병원은 꽤나 큰 동물병원으로 알려져 있고 집사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갖고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은 4층짜리 건물로 1층에는 진료실, 3층에는 강아지 전용 호텔, 4층에는 고양이 전용 호텔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기니는 병원에 입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구내염과 허피스라는 질병이 다른 고양이들에게 옮기는 병이라 4층에는 둘 수 없었고, 1층 진료실 한 켠에 입원에서 치료받고 생활을 했습니다.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지점은 기니가 머무는 공간이라는 게 정육점에서나 볼 법한 스테인리스 냉장고였습니다. 창이 없어 빛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그 좁은 공간에 기니와 사료통, 화장실 통이 있었습니다.
*구내염 : 고양이의 구강 또는 혓바닥이나 목구멍까지 염증과 궤양을 유발하는 병으로 심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구내염의 증상으로는 악취, 침 흘림, 잇몸 부어오름 등 눈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합니다. 길거리 고양이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피스 : 일명 ‘고양이 감기’ 바이러스로 호흡기 질환과 안구 질환을 유발합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이니다. 한번 감염된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증상을 나타나기도 합니다.
치료는 받아야겠기에 그곳에 두었지만, 치료를 받는 기간이 6개월이 지나도 낫기는커녕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는 모습이었습니다. MRI, CT 등 다양한 검사를 시도하고 받았는데도 원인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병원 원장님께서는 기니를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이 부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집에 데려가 키우고 통원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면서.
성장기 내내 강아지들을 키워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낯설거나 어렵지는 않았지만 고양이는 처음이라(집사는 처음이라) 순간 고민을 했지만, 기니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집에 고양이 집과 화장실, 캣타워와 사료 그리고 이동장 등을 구입했습니다. 다음날 병원을 나올 땐 혼자가 아닌 기니와 함께였습니다.(기가맥힌 실행력!)
병원에 있을 때는 차도가 없던 병이 저와 함께 지내면서는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스트레스로 자기 털을 뽑는 습관이 사라진 것입니다.(역시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이 최고입니다.) 통원치료를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기니에게 맞는 좋은 동물 병원 찾기 프로젝트는 계속되었습니다.
한동안은 여전히 구내염으로 고생했고, 지금도 길거리 생활로 깊이 자리한 허피스는 찬 바람이 불면 재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로 집안 환기를 해야 할 때면 여전히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해서 약을 먹여야 합니다.) 6-7번 실패 끝에 좋은 의사 선생님과 병원을 몇 군데 알게 되었고 이제는 누군가가 저에게 SOS를 해서 구조한 고양이들을 데려갑니다.
집사는 처음이라, 많이 모르고 서투른데도 4년 넘게 말없이 지켜봐 주고 믿어준 기니가 있어서 아주 조금은 발전한 집사가 되고 있습니다. 기니는 구내염과 허피스로 많이 힘들어하고 지난한 치료과정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 힘들기도 했지만 고양이에 대해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적어두었던 일지를 조금씩 꺼내 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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