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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영 Jan 29. 2016

코펜하겐 나들이 2

교환학생 일기#4 2016.01.23

2016년 1월 23일, 흐리멍텅한 하늘과 흑백영화 같은 풍경.

뉘하운 운하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던 코펜하겐 나들이의 2부가 시작되었다. 아침 아홉 시 반, 나와 영일이, 성철이 형 셋은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의 하늘은 개성 없이 흐리멍텅했다.  힘없는 하늘. 



어제 보았던 학교 앞 자전거길과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사뭇 다르다. 알록달록 또렷한 색으로 동화 같은 느낌을 자아냈던 집들이 지금은 마치 옛날 흑백영화 같다. 원본 사진에 흑백 효과를 주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고 위화감도 없다. 마치 우리가 하얀 돔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하늘이었다. 


이 사진만 흑백 효과를 준 것인데 위화감이 없다. 


밋밋한 하늘이 선사하는 풍경이 지루하지만은 않다. 어제 보지 못했던 길거리의 낙서들이 눈에 띈다. 하얗게 뒤덮인 세상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양 고요하면서도 바쁘게 돌아간다.





제일 처음 향했던 곳은 로젠 보르그 성이다. 이번에도 역시 사전 공부 따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숙사로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성이 어떤 성인지 알게 되었는데, 왕가들의 별장인 성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은 보통 봄에 찍은 사진들이 많던데 느낌이 많이 다르다. 



키 크고 절도 있던 근위병 누나



오른쪽에 있는 시계는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라고 하는데, 이 역시 관람할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앞으로 갈 곳은 사전 공부를 좀 해야겠다... 그래도 반짝반짝하고 정교한 보물들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사방이 이렇게 화려한 방에선 잠도 안올것 같다...




3층엔 Great Hall이라고 불리는 큰 연회장이 있다.


그리고 그 앞을 지기는 세 마리의 사자들



1~3층과 지하인 보물고까지 모두 관람하고 나서 로젠 보르그 성에서 나왔다. 12시에 아말리엔 보르 성으로 가면 근위병 교대식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로젠 보르그 성에서 나왔을 때, 시계는 11시 반 너머를 가리키고 있었다. 근위병 교대식은 아쉽지만 다음에 보는 걸로. 


버스로 이동하니 금방 아멜리엔 보르 성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왕가가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커다란 네 개의 건물이 있는데 두 개는 왕과 왕비의 거처, 하나는 박물관, 하나는 집무 공간 또는 접대 공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관광이 허용된 공간은  박물관뿐이다. 




박물관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냥  이런저런 것들이 있구나 정도.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오히려 맞은편에 있는 교회가 더 인상적이었는데, 이름은 Frederiks  kirke이다. 흐린 날씨에도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유럽의 교회나 성당은 예쁘게 지어놓은 것들이 정말 많다. 실내도 너무 아름답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엄숙하고 아름다운 이 교회에 들어갔다 나오니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하늘이 푸를 때는 어떤 느낌일까



웅장한 교회를 둘러보고 향한 곳은 디자인 박물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들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갔는데, 아쉽게도 일본 작품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동양의 작품들이 꽤나 눈길을 끌었을 것 같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도 참신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동양문화를 상징하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참신하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동양적인 작품들이 줄지어 나온 이후에는 유럽의 디자인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예술작품을 멋들어지게 해석하는 재주는 없지만 참신하고 독특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눈은 즐거웠다. 



박물관에서 나오며 찍은 흔한 길거리의 신호등


길고 길었던 코펜하겐 나들이의 마무리는 역시나 뉘하운 운하. 

우중충한 날씨가 아쉽긴 했지만 운하는 역시 배를 타고 보아야 제맛이다. 

우리가 탄 배(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겠다)는 아래처럼 생겼다. 예전에 패키지 유럽여행을 갔을 때 파리에서도 비슷한 배를 탔던 기억이 있다. 그 보다는 훨씬 작은 것 같긴 하지만 재미있는 건 비슷할 것 같다. 

새빨간 색이 인상적이었던 우리의 배


귀와 머리보다 눈과 가슴에 담고 싶어 과감히 포기한 이어폰. 결코 리스닝이 안되서 그런건 아니다! ㅠㅠ 


뉘하운 운하를 보며 오손도손 이야기하는 노부부는 마치 소년 소녀 같았다.


강줄기와 함께 하는 덴마크인들의 삶, 그 자체가 너무나 낭만적이다. 물이 좀 더러우면 어때, 사진을 막 찍어도 이렇게 낭만이 묻어나는데. 날씨만 좋았더라면 정말 인생 사진이 나왔을  법하다. 


덴마크의 길거리(feat.영일이)


이렇게 우리의 코펜하겐 나들이는 끝!

유럽의 대부분의 도시들인 크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코펜하겐의 명소들은 거의 다  둘러본 것 같다. 티볼리 공원이 겨울이라서 개장을 안 한 것만 뺀다면. 

이제 유명한 관광지들을  둘러보았으니 남은 기간 동안 덴마크(DTU) 대학생들의 삶을 둘러보면 되겠네.


아, 그리고 날씨가 풀리면 또 놀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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