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티: 워터> 한국어판 출간과 저자의 한국 방문 이야기
본 내용은 #3. 채리티: 워터 대표의 2박 3일 한국 방문기 내용을 정독 후 읽으시면 더욱 이해가 쉽습니다 :)
뉴욕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감사하게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중 참석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자선단체들이 주최하는 갈라 디너였다. 채리티: 워터도 화려한 갈라 디너를 진행했었고, 내가 참석했던 2019년도 갈라 디너가 끝나고 나오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이런 갈라 디너를 해보면 어떨까?"
채리티: 워터 대표 스캇 해리슨의 한국 방문을 처음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대중 대상 강연을 만들고 싶었다. 약 10년 동안 강연 기획을 여러 번 했었고, 책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리티: 워터도 스캇도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없었고, 과연 누가 스캇의 이야기를 들으러 올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어떤 형식의 행사를 준비할까 고민하는 중,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채리티: 워터의 2019년도 갈라 디너를 참석했다. 채리티: 워터의 갈라는 재단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었고, 심지어 그 초대를 받은 사람들도 입장료를 내거나 후원사를 통해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을 통해 참석자들은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본인만큼 채리티: 워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할 거란 사실도 인지했다.
불특정 다수의 참석을 바라며 행사 홍보에 시간을 쓰고 노력하는 대신, 차라리 딱 100명만 모여서 식사를 하고 스캇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리티: 워터의 450명 갈라 혹은 내가 뉴욕에서 참석했던 800-900명이 참석하는 갈라 디너보다는 규모가 많이 작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문화를 선보이며 채리티: 워터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채리티: 워터를 소개해주고, 스캇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킬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고 했던 매튜에게 갈라 디너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매튜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시리즈 #1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리티: 워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고, 한국에 재단을 알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하니, 매튜는 그 자리에서 100명의 식사 비용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참석자들에게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고, 만약 기부를 하고 싶은 참석자가 있다면 채리티: 워터로 전액 전달될 수 있도록 연결해드리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본격적으로 행사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과거에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 갈라 디너도 포시즌스 호텔에서 하고 싶었다. 호텔 측에 행사의 취지를 설명드리니 좋은 단체를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공감해주셨고, 감사하게도 비용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나는 얼마 전 새로 호텔에 합류하신 총지배인님을 게스트로 모시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그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우리가 활용했던 볼룸은 최대 250명까지 수용 가능한 공간이어서, 100명만 참석하면 충분히 여유가 있는 규모의 행사장이었다. 우리 행사는 대부분 영어로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동시통역을 위한 부스 설치도 필요했다. 10개의 테이블, 동시통역 부스, 화면 조정 테이블뿐만 아니라 정식 프로그램 시작 전 게스트 분들이 서로 인사하실 수 있는 리셉션 공간에 배치될 스탠딩 테이블, 그리고 체크인 안내데스크까지 모두 하나하나 정해서 호텔 측에 전달했다.
미국에서 참석했던 갈라 디너들은 모두 한 시간 동안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할 수 있는 리셉션 시간을 갖고, 그 후 행사장에 입장해서 지정된 테이블 좌석에 착석하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준비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나 또한 같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식사가 제공될 볼룸 앞에 있는 공간을 활용해,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마시면서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지정했다.
프로그램은 간단했다. 진행자의 소개를 시작으로, 나 그리고 이 자리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매튜가 각각 짧게 올라가 인사말을 전한 후 스캇이 채리티: 워터의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싶었다. 나는 이번 책을 함께 만들며 큰 도움을 주신 출판사 천그루숲의 백광옥 대표님께도 짧은 인사말을 부탁드렸고, 스캇을 무대에서 인터뷰하며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진행자를 찾았다. 매튜는 국내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하신 주한미국상공회의소 (American Chamber of Commerce) 의장 제프리 존스 변호사님을 추천했고, 변호사님은 나의 행사 진행 요청에 응해주셨다.
누가 오면 좋을까? 나는 가장 먼저 매튜에게 초대하고 싶은 지인들을 정리해서 알려달라 했다. 여러 기업 임원들과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매튜가 한국을 방문한 스캇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인들을 소개해주고 싶어 했고, 나는 원하는 만큼 자리를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나는 꼭 초대할 사람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채리티: 워터> 책이 나올 수 있게 함께 힘써주신 출판사 천그루숲 그리고 책 번역을 해주신 최소영 번역가님을 시작으로 이번 책과 행사, 스캇의 다양한 한국 일정 진행에 도움을 주신 분들을 적었다. 그리고는 채리티: 워터의 취지에 공감하고 이를 알리는 데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 생각났다. 이번 일정뿐만 아니라 이전에 내가 기획하고 진행했던 행사들에 도움을 주신 분들도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개인적으로 초대하고 싶은 지인들도 많았지만 100명이라는 인원수 제한 때문에 모시지 못한 분들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를 준비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취지의 행사와 경험을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됐다.
1인 출판사로 활동하는 만큼, 이번 갈라 디너를 준비하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획을 혼자 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최고의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고,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포함해서 행사 진행 2일 전까지 뉴욕에 있었던 나는 전화와 이메일로 모든 게스트를 초청하고 호텔 측과의 행사 준비를 진행했다. 조명부터 테이블보 컬러, 식기류 세팅과 와인 글라스까지 하나하나 다 직접 선택했고, 각 좌석 앞에 배치할 명패까지 포토샵으로 직접 디자인했다. 이번 행사만큼은 나의 상상을 제대로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1월 17일 오후 6시, 포시즌스 호텔 서울 누리볼룸에서 '채리티: 워터 서울 갈라'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 사진 촬영을 해주신 작가님께서 너무 좋은 사진을 많이 남겨주셔서, 행사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한다.
본격적인 프로그램 시작 전, 볼룸 앞에서 리셉션을 진행했다. 참석자분들 모두가 서로 인사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만들고 싶었고, 오신 분들을 서로 소개해드리려고 노력했다.
7시가 조금 지난 후 우리는 참석자분들 모두 볼룸 안으로 안내했고, 식사 대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느라 프로그램이 늦어질 것 같아서 걱정을 했지만, 호텔 케이터링 팀과 서빙 시간을 조율하면서 최대한 스케줄에서 벗어나지 않게 진행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행사 진행을 맡아주신 신아영 아나운서께서 무대 위로 올라가 인사말을 전하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번 갈라 디너에는 한국에서 누구나 아는 많은 연예인 분들도 함께 해주셨다. S.E.S. 출신 바다님은 몇 년 전 채리티: 워터 본사도 방문하실 만큼 재단에 대해 이미 잘 알고 계셨다. 이번 행사를 가능하게 해 준 매튜의 아내인 배우 수현 님도 참석하셨고, 내가 예전에 기획한 행사에도 와주셨던 안현모 님께서도 참석해주셨다. 매튜의 초대로 이미 많은 자선 활동을 하고 계신 가수 션 님도 오셨고, 몇 년 동안 알고 지냈던 샘 오취리, 그렉도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달려와주었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최고의 K팝 아이돌이자, 나의 소중한 동갑내기 친구인 2NE1 민지도 함께 해주었다.
이번 행사에 스캇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했던 참석자는 당시 주한미국대사이셨던 해리 해리스 대사님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주한미국대사관과 연결이 되었고, 미국의 유명 자선단체를 위한 갈라 디너에 대사님을 모시고 싶다고 공식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감사하게도 대사님께서 초대에 응해주셨고, 나는 행사 직전까지 주한미국대사관과 꾸준히 연락하며 행사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나는 경호팀의 완벽한 수행에 감탄했고, 미군 4성 장군 출신 외교관에게 예상했던 딱딱한 모습과 달리 대사님의 친절함과 인간적인 모습에 놀랐다. 원래 대사관 측으로부터 대사님께서 식사까지만 하시고 나오실 예정이라고 안내받아서 미리 대사님께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는데, 식사를 포함한 프로그램 전체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감사 인사가 끝나고 스캇의 차례가 왔다. 미국에서는 흔히 활용하는 fireside chat이라는 형식으로 준비했는고, 제프리 존스 변호사님과 함께 무대 위에 올랐다. Fireside chat는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라디오를 이용하며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한 담화에서 따온 이름으로, 마치 벽난로 앞에 앉아 격식 없이 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자리에서는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두 사람이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이 형식을 정했다. 약 45분 정도 대화가 진행되었고, 마지막 약 15분 정도는 제프리 존스 변호사님의 노련한 진행을 통해 이 날 참석한 분들도 직접 스캇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두 분의 대화를 끝으로 갈라 디너는 마무리되었다. 장식의 화려함, 참석자들의 명성보다 그 시간과 공간에서 느껴진 관심, 열정, 선함, 그리고 감사함에 나는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느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행사라는 것을 만들어보고, 그 후 약 10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행사와 모임을 기획해봤지만, 이번 갈라 디너가 나에게는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날 오후, 인천공항에서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견됐다. 그날로부터 지난 약 2년간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는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알 거라 생각한다. 그 후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고려조차 할 수 없는 일상이 되었고, 나는 채리티: 워터 서울 갈라 디너를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해온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내려놓기로 했다. 미국에서 본업이 새로 생기며, 한국에서의 활동은 당분간 책 출판만 진행하는 걸로 결정했다. 물론, 채리티: 워터 같은 자선 활동에 필요한 행사라면 소규모로는 할 의향이 있지만, 이제는 지난 10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고 싶다.
<채리티: 워터> 한국어판 출간과 저자의 한국 방문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의미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한국에 소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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