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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Jan 25. 2023

그러나 통합교육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통합교육에 관심을 가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저는 통합교육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핑계 같은 이유를 고백하자면 저에겐 2가지가 있고, 2가지가 없었습니다.



  

  첫째, 귀찮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통합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면담하고, 개별화교육계획을 만들고, 다른 학생들에게 수업의 의도를 이해시키고, 실제 수업을 실시하고, 수업 후 문제점을 분석하고, 다른 교사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다시 수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모든 과정을 ‘일부러’ 하기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하지 않을 이유’를 찾았습니다. 2020년에는 온라인 수업 준비와 담임 업무 때문에 못했고, 2021년에는 학교에서 새로운 업무와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고, 2022년에는 딸아이 학교에서 중요한 일을 하게 되었다는 핑계를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통합교육은 교사가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현재 교육제도 하에서는 통합교육을 강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하려면 추가적인 업무를 해야 합니다. 학생 이해를 위해 상담을 실시하고, 학부모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며, 특수교사와 협력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또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이를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해야 하는 일만 고려한다면 통합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 됩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해 많은 교사들이 통합교육을 외면합니다.



 

  둘째,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15년 동안 공교육 체제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성급하게 결론을 낸다면, 혼자만 나서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교실 민주주의, 학교 민주주의 실행을 교육 목표로 삼아 10년 동안 노력했습니다. 조례 대신 학급회의를 매일 아침마다 열어 학생들과 작은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고, 학교 운영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고 교직원 회의에서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동료 교사들은 ‘혼자만 잘났냐’, ‘유난 떤다', ‘일거리를 만든다' 등 부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기 위해 저에게 맞는 학교 공동체를 찾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 결과 15년 동안 7개의 학교를 거쳤습니다. 제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말했는데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통합교육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학교 특수교사는 “공업계열 특성화고등학교라서 실습수업이 많이 있는데, 안전을 이유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특수교사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가 나서서 무언가를 하자고 말하기가 두려웠습니다. 저에게 통합교육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용기보다 두려움이 앞선 것 같습니다.



 

 셋째, 시간이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을 만나야 했고, 집에서는 두 명의 아이를 온전히 돌봐야 했습니다. 일상을 한번 묘사해 보겠습니다.


6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두 아이를 보낼 준비와 출근 채비를 하고, 8시 반에 학교에 도착해 반 아이들이 잘 왔는지 확인하고 오지 않은 학생과 보호자에게 전화를 합니다. 통화를 급하게 마치고 수업에 들어가서 준비한 내용을 말하면서 학생에게 적절한 수업인지 확인합니다. 교실마다 다른 아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는 틈틈이 업무포탈시스템에 접속하여 공문을 확인하고 처리합니다.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급식을 안전하게 먹도록 지켜보고, 아이들이 식당에 다 들어가면 저도 밥을 먹으러 갑니다. 오후에는 교직원 회의, 전문학습공동체, 부장 회의, 학생생활교육위원회 등 교내 회의에 참여합니다. 오후 5시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하면서 저녁 메뉴를 생각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짧은 팔을 허우적 대며 반기며 놀아달라는 두 아이를 뒤로 하고 식사 준비를 해서 밥을 먹습니다. 식사 후에는 가족 모두가 할 수 있는 놀이, 독서, 숙제 등을 하고,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저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교사가 저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통합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생기지 않습니다. 방학 때는 시간이 조금 생기는 데 이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름에는 2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겨울에는 생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여행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두꺼운 책을 읽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기도 2023년 1월 겨울방학, 여행을 가기 전입니다.




  넷째, 절실함이 없습니다. 특수교사가 아닌 교과 교사는 어떻게 통합교육에 관심을 갖게 될까요? 제가 읽은 책에서 교사와 보호자는 가족 중 장애를 가진 사람과 생활하게 되면서 통합교육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신경다양성 교실>의 저자는 초등교사로 일하다 장애 자녀를 만나 뒤늦게 특수교육을 공부하자 새로 태어난 것처럼 세상이 달라 보였다며, ‘모든 학생을 위한 배움 중심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선물>에는 스물여섯 살 자폐성 장애 청년 엄마이자, 장애 학생 음악치료사,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활동가로서 장애의 세계에서 25년을 살아온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제 가족 중에는 통합교육이 필요한 사람이 아직 없기 때문에 당장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절실했다면 시간이 없어 못했다는 세 번째 핑계를 대지 않았을 것입니다. 잘못한 일이고 반성해서 변해야 합니다. 어떠한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겠습니다.




  다만 제가 실천하지 못한 통합교육을 학교에 정착시킬 묘안을 하나 생각했습니다. 교사들은 학기당 1회, 1년에 2회 수업을 공개합니다. 이 제도를 활용해 한 번은 통합교육으로 수업을 공개하면 어떨까요? 이 간단한 작업만으로 교사들은 통합교육을 검색하고, 특수교사를 찾아가고,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이야기 나눌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고안한 방법이 학교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기다리지 말고 제가 먼저 하면 됩니다. 하지 않을 이유 대신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통합교육의 관점으로 2023년 실시할 한국사 수업을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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