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한 권 읽기’가 2015년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포함된 이후 다른 교과까지 넓어지는 현상은 고무적입니다. 이 교육과정의 의도는 온전히 한 권의 책을 읽는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독서 행위를 교육과정에 공식적으로 포함한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0년 김영하 작가가 ‘교과서에 실리지 않을 권리는 없는가’라는 글에서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반대하면서 부각되었습니다. 그는 작가의 동의를 받지 않고 소설의 특정 부분만 잘라서 교과서에 실으면 본래 의도가 훼손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문학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조각난 내용 속에서 단순히 답을 찾는 방식으로 문학 작품이 읽히는 것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글이 토막 나서 쓴 의도와 다르게 활용되는 것이 아쉽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교사가 만나는 학생은 다 다릅니다. 다양한 학생에게 여러 글을 소개하여 그들에게 맞는 글을 찾아가게 하면 좋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글을 발견한 학생이 관심 있는 작품을 찾아서 읽게 만드는 것까지 이루어지게 환경을 조성하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나와 맞는 글을 찾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독서 수업은 각자에게 맞는 ‘글 찾기’를 교사가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사람의 다양한 글을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좋습니다. 역사 교과서라는 하나의 글을 넘어서 되도록 많은 사람의 다양한 형태의 글을 소개하는 것이 저의 독서교육의 목적입니다. 나에게 맞는 책을 찾으려면 어떤 글이 나와 맞는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글이 나와 맞는가를 알려면 나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이 쓴 책에서 느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자신과 타인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학생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은 한 사람을 소개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학생과 나눠 우리가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