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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Oct 24. 2021

모든 학생이 역사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

역사적 사고는 우리나라 제1차 교육과정 시기인 1950년대부터 역사교육의 목적으로 제시되어 현재까지 역사교육 이론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고’라는 개념은 역사교육 고유성의 근거로 제시되었다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존재 자체를 의심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역사적 사고의 일상적 유용성을 탐색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적 사고는 역사교육 이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역사교사들도 역사적 사고를 중심으로 수업을 해야 할까요?

 

인간은 누구나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의 우열은 따질 수 없습니다. 생김새가 같은 사람이 없듯 뇌의 구조도 다 다릅니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 사이 사고의 차이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판별했는데, 현재는 ‘자폐 스펙트럼’으로 모든 사람을 분류합니다. 즉 오른쪽 끝에는 자폐 성향이 아주 강한 사람이 있고, 왼쪽 끝에는 극도로 사교적인 사람이 위치합니다. 모든 이는 연속선 상의 점 위에 있는데, 같은 곳에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폐 성향이 강하다고 꼭 사교적으로 바뀔 필요도 없습니다. 그 사람에는 맞는 환경을 조성하고 성향 그대로 살아가도 괜찮습니다. 물론 다르게 변하기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면 됩니다.

 

역사적 사고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교사는 학생의 사고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를 찾습니다. 학생 각자의 역사적 사고력은 연속선 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학생을 우선 파악하고 그에게 맞는 방법을 찾습니다. 역사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학생에게는 역사학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일반적 사고가 익숙한 학생에게는 일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 됩니다. 교육의 목적은 학문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역사교육의 목적을 '역사적 사고력 향상'에 두는 대신 ‘000의 사고력 향상’이 되면 좋습니다.

 

모든 사람의 역사적 사고력을 갖추어야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고 원하는 사람만 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역사교사는 지금 만나는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강의의 형태로 내용을 구조화하여 전달하면 됩니다. 역사에 관심이 없고 싫어하는 학생에게는 이야기 형태로 역사를 접할 수 있게 하면 좋습니다. 부정적 역사관을 가진 학생에게는 출처 확인, 확증, 맥락화 같은 역사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역사교사는 학생에 맞춰 역사교육 이론을 다양하게 끌어다 쓸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학교마다, 교실마다, 학생마다 다른 교육과정과 수업방법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학교에 100명의 학생이 있으면 100개의 교육과정이 있어야 맞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너무 이상적이라 저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학생 각자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래서 수업  잠깐이라도  학생을 위한 수업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엉뚱한 질문이라도 표현한 것을 고마워하고 최선의 답을 찾습니다. 잘하지 못한 수행평가 결과물을 보면서  학생이 성장할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학생은 변화시켜야  ‘대상 아니라 대화의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학생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눌  있고 서로를 이해할  있으며 도움을 주고받을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역사수업 시간 딴짓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일주일에 20분 이상 꼭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역사책을 가지고 들어가서 읽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과 제가 읽은 책을 가지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매달 신청을 받아 책을 보충하고 제가 재밌게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글쓰기 수업을 합니다. 저는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철학에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쓰는 일을 수업마다 합니다. 역사를 소재로 삼아 학생들의 생활을 묻고 대답에 따라 제가 아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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