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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Mar 01. 2022

돌아온다는 두 번의 약속

안녕하세요. 수원시민학교로 돌아온 교사 정태윤입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육아를 한다는 이유로 시민학교를 떠나고, 그 아이가 올해 다섯 살이 되었네요. 2015년 수원으로 학교로 옮기면서 전교조 교사모임에서 수원시민학교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 때 망설이지 않고 수원시민학교 구성원이 되고 싶다고 말한 이유에는 대학 시절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처음 ‘야학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던 때는 대학을 다니던 2000년이었습니다. 사범대생으로 교육을 공부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가르쳐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수원역 근처에 있는 ‘수원향토학교 교사로 지원했고, 군대 가기 전까지 1 반동안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낮에는 학교에 가지 못했던 어르신들과 한글 공부를 했고, 밤에는 학교에서 내쳐진 아이들과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것이 부끄러워서 그만두기  교사가 되어서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교사가 되어 수원으로 와서 학교가 있던 건물로 갔으나 교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소문해서   간사를 맡으신 선생님을 만나 학교를 유지하기 힘들었던  간에 사정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필요할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늦게 돌아온 것을 후회하던 중 수원시민학교에서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운명이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한 약속을 지키라고 신이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장 수원시민학교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박무영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수원시민학교를 시작한 이유, 초창기 학교의 사정, 함께 하는 교사들에 대한 고마움,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 등을 이야깃거리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선생님은 큰 소리로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말 속에 힘이 있었습니다. 함께 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주일에 한 번, 2년 동안 수원시민학교에 다녔습니다. 저녁에 가면 늘 그 자리에 계시면서 간식거리를 챙겨주시고, 때로는 좋은 음식과 술을 사주시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선생님 댁 마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때 분위기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함께 지내면서 말보다 먼저 움직이며 실천하는 선생님을 닮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 아이가 태어날 시기가 되어 아직 선생님을 다 알지 못했는데, 돌아온다는 약속만 남기고 제 아이를 챙기기 위해 학교를 떠났습니다.


제가 살면서 한 돌아온다는 약속들을 지키기는 했으나 두 번 모두 늦었습니다. 20대에 교사가 되어서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그 사이 학교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30대에 아이를 키우고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그 사이 박무영 선생님이 떠나셨습니다. 다음에는 돌아온다는 약속을 할 때 꼭 ‘일찍’이라는 말을 붙여야겠습니다. 아닙니다. 돌아온다는 약속을 못하게 떠나지 않아야겠습니다. 박무영 선생님께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말조차 전할 수 없지만, 수원시민학교가 박무영 그 자체이기 때문에 돌아와야 합니다. 10년 동안 선생님이 만드신 자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나눠서 채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데 도움이 되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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