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가 리스트로 머물지 않는 방법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다.
전역 이후 지금까지도 이러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토대장정"이다. 대학 선배가 직접 경험하고 추천하는 이야기를 듣고 로망이 생겨 바로 "2012 노스페이스 희망원정대"에 참가했다.
96명(남녀 각 48명)의 대학생이 매일 평균 25㎞(9시간)씩 총 474㎞의 코스를 도보로 순례하는 여정이었다. 경남 사천에서 서울 시청까지, 18박 19일간 두 다리로 직접 걸으며 대한민국의 풍경을 두 눈으로 담았다. 그 경험의 잔향이 깊었는지, 이후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고 달성하는데 망설임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버킷리스트는 존재한다. 꼭 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고자 노력하는 나에겐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말이다.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이 일들을 미루고만 있었을까? 버킷리스트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정리하고 고민하다 보니 3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국토대장정 완주 이후 한 가지 병(?)이 생겼다. 뚜벅이 라이프 예찬론자가 된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걸으면 오는 유익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러 신도를 만들어 함께 걸으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 걸어갈 때도 예전의 국토대장정 추억을 회상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걸음을 즐겼다. 딱, 대학생 때까지만 말이다.
어느덧 정신 차리고 나니 가까워도 차로 이동하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나의 인생책이라 손꼽히는 책 중 하나인 "내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고, 동경하며 꿈꿔왔던 마라톤과 달리기 루틴의 삶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버킷리스트라는 좋은 핑계에 담아 계속 미루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다 보니 그 시작은 게으름이었다. 직장인이 되고 매일 야근에 시달리다 보니 체력이 부족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상태에서 걷기 시간을 넣으면 내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란 두려움이 생겨 체력관리를 명분으로 하루 이틀 걸을 상황을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이제는 달리는 것은 물론 걷는 것도 피하고 싶은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렇게 목표지향적인 나는 마라톤과 달리기를 버킷리스트로 미루게 되었다.
대학생활 대외활동에 목숨을 걸을 정도로 열심히 참여했다. KB 락스타 서포터즈부터 영 알리안츠, 취업동아리 회장, 국토대장정 등 참여할 수 있는 모든 활동에 참여했고, 성실하게 참여하며 좋은 성과를 이루었다. 그중 락스타 서포터즈 활동을 열심히 하는 대학생 대상으로 해외배낭여행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KB 락스타 챌린지 해외배낭여행"이란 프로그램이었고, 당시 KB 락스타 안서동 지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면접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 시기와 맞물려서 동시에 참여하고 있던 영 알리안츠에서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SNS 마케팅 세미나를 개최하는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사실 시기만 잘 조절하면 두 프로젝트에 지장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다리를 걸치다 보면 둘 다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이에 과감하게 해외배낭여행 프로젝트 면접을 보지 않고, 영 알리안츠 활동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이후 직장인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중요하니까 해외여행은 다음에도 갈 수 있다고 하고 계속 미루다 보니 30살이 넘어서 처음 오사카를 다녀오게 되었다. 늘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는 마음에 묻은 채 20살 이후 해외에 나간 경험이 총 2번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루게 되었다.
당신은 가장 위험한 순간에 두려움이 가장 적은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신은 인생의 최고의 것들을 두려움의 뒤에 두셨다.
출처: 윌 스미스 유튜브 What Skydiving Taught Me About Fear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보게 된 윌 스미스의 영상을 보고 망치를 맞은 기분을 느꼈다. 나에게 두려움에 대해서 알려준 스카이다이빙(What Skydiving Taught Me About Fear)의 영상을 보면서 나는 참 낯선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속에 살아갔다고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니까. 두려움이 생기자 알아보고자 하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편견이 참 많았다는 것을 이것에 대해 조사하면서 느끼게 되었다. 스카이다이빙을 알아보면서 가정 먼저 알게 된 사실은 이것은 전문가와 함께 하는 것이란 사실이었다. 번지점프만 해도 이것은 홀로 체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스카이다이빙 후기 사진도 그렇고 홈페이지 안내 내용을 보면 1:1 안전교육 진행 후 스카이다이빙 전문 교관과 함께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최소 300회에서 많게는 5,850회까지 수많은 고공낙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함께 교육받고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인데 안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생각 외로 두려움이란 감정에 닥치자 알아봄에 망설임이 생겨 미뤄진 버킷리스트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재밌는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3가지로 정리하다 보니 한 가지 키워드로도 요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려움.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을 때 나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버킷리스트라는 포장지에 쌓아두고 미루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두려우니까. 당장 하지 않아도 언젠간 할 수 있다는 좋은 핑계가 생기게 된 것이다.
버킷리스트는 미룸을 멈출 때 이루어진다.
버킷리스트가 나의 리스트 속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멈추어야 한다. 두렵다는 핑계 속에 그만 숨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그렇게 쌓아두기만 했던 버킷리스트를 하나 둘 지워 나가야겠다는 다짐 했다.
마라톤 10km 참여하기
올해 해외여행 떠나기
스카이다이빙 체험하기
3가지의 버킷리스트를 지워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멈추어져 있기를 그만하고 이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분명 이 목표들은 버킷리스트에서 지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에피소드를 꼭 브런치 글로 작성할 예정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하시고 꾸준히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