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브런치에 지점을 낸 이유
버전 관리 시스템 Git에서 브랜치(Branch)는 갈림길을 뜻한다. 메인 코드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안전한 경로이자, 더 많은 가능성을 향해 뻗어 나가는 가지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브랜치는 확장이다. 본점에 닿기 힘든 이들을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공간이다. 오늘 나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한국의 글쓰기 플랫폼, 이곳 브런치(Brunch)에 새로운 지점을 연다.
오랫동안 나는 개인 서버의 고독을 선호해 왔다. 개발자로서 무언가를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관리하고, CSS를 내 뜻대로 주무르고, 때로는 마음껏 부술 수도 있는 자유를 원했다.
내가 운영하는 개인 웹사이트(ta.fo)는 그 고집의 산물이다. 그곳은 내가 영어로 기록하고 실험하며, 생각의 초안을 쌓아두는 날것의 작업실이다. 투박하지만 유연한, 나만의 본점이자 백엔드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 브런치는 정반대다.
개발자의 시선으로 본 브런치는 ‘잘 가꿔진 온실’이다. 사용자의 엔트로피를 0에 가깝게 통제한다. 마크다운 문법은 불가능하다. 줄 간격을 미세하게 건드릴 수도, 스크립트를 심을 수도 없다. 모든 작가가 엄격한 디자인 시스템에 순응해야 한다. 코딩으로 치자면, 사용자 경험에 관련된 모든 변수가 ‘상수’로 고정된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 제약이 신선했다.
엄격한 형식이 존재하기에 작가는 오직 본질인 ‘글’에만 집중하게 된다. 독자에게는 들쑥날쑥한 개인 블로그가 아닌, 잘 정돈된 전자책 같은 편안함을 준다. 내 개인 작업실이 시끌벅적한 공방이라면, 이곳은 고요한 갤러리다.
그래서 나는 두 공간을 ‘로스터리와 카페’처럼 나누어 쓰기로 했다.
내 작업실은 로스터리다.
그곳에는 여전히 소음이 있다. 코드를 기록하고, 날것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거친 생각들을 가공한다. 볶은 원두 향이 진동하고 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그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업일 뿐, 손님을 맞이하기엔 거칠다.
이곳 브런치는 카페다.
이곳이 내가 새로 문을 연 지점이다. 작업실에서 볶은 콩을 가져와 정성껏 갈고, 완결된 한국어 에세이 한 잔에 담아낼 것이다. 이곳에 올리는 글은 이곳만으로도 충분하도록, 한 잔의 맛을 끝까지 책임지는 형태로 준비할 것이다.
이곳의 조명은 따뜻하고 의자는 안락하다. 복잡한 코드는 뒤로하고, 오직 글의 맛을 음미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커피를 내리는 프론트엔드 공간이다.
콘텐츠는 변함없다. 차가운 논리와 삶의 온기, 그 균형에 대해 계속 쓸 것이다. 개발과 자본, 음악과 게임, 철학과 육아,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기록을 넘나들 것이다. 변하는 건 전달 방식뿐이다.
원두를 볶는 소음은 작업실에 남겨둔다. 이곳에서는 잘 차려진 따뜻한 에세이 한 잔을 대접한다.
로스터리에서 볶은 생각들이 이곳 브런치라는 카페에서 향기로운 글로 전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