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저변엔 세컨핸드도 있어요 마치 흑수저 요리사처럼
요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그렇게 재미나고 인기라고 해서 최현석 셰프 1:1 대결 결과가 담겨있던 5화부터 보다가 에라 냅다 그냥 1화부터 정주행 하기 시작해서 금세 7화까지 다 봤습니다. 그렇게 수 세월 봐온 경연 프로그램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않는데도 참 재미있더군요.
일단 큰 발견은 안성재 셰프님이었던 것 같아요. 호감상이시더라고요. 미슐랭 3스타라고, 혹은 자신이 심사위원의 위치에 있다고, 거들먹거리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강단 있게 심사하시는 느낌이 썩 좋았어요. 말씀도 자극적이지 않게 이쁘게 골라서 하시는 느낌이 들었고요.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요소는 당연 흑과 백이란 구도였습니다. 저변에서 고수라 불리는 흑수저 요리사들과 네임드 있는 백수저 스타 셰프 요리사들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쇼의 흥미를 극대화시켜 놓았습니다. 때론 역시 괜히 스타 셰프가 아니구나 하기도 하고, 또 때론 일본 애니메이션 보는 것 마냥 언더독이 탑독을 타파해 내는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렇게 열심히 시청하다 보니, 이제는 제가 업이 업인지라 흑수저 요리사들이 세컨핸드를 다루는 사장님들처럼 보이더라고요. 맞습니다. 세컨핸드는 퍼스트핸드가 아닙니다. 이번 시즌 테마를 정해 의류를 제작하고. 멋진 모델을 두고 룩북을 만들고. 빳빳하고 깨끗한 옷을 멋스럽게 진열해 놓는. 그런 백수저(?)의 영역이 아니죠.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세컨드핸드계'에서도 알게 모르게 어떤 유행에 보탬을 줍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브랜드 ‘휴먼메이드(HUMAN MADE)’라고 전 생각해요.
제 기억이 맞다면 2022년쯤 스멀스멀 한국에서 휴먼메이드 아이템들이 소개되었고, 2023년 폼이 점점 올라오더니, 2024년인 지금은 꽤 대중화되었죠. 스투시만큼이나 큰 인기로 이제는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휴먼메이드 티셔츠 입으신 분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올해, 패션으로 핫하디 핫한 성수동에 국내 정식 매장까지 오픈했을 정도니까요.
휴먼메이드 인지도 상승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물론 뉴진스와 같은 유명 연예인의 힘이 막대 했겠지만, 저변에서 세컨핸드 사장님들이 지닌 영향력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알게 모르게 열심히 취향을 실어 나른 것이죠. 패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그 누구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 휴먼메이드를 ‘경험’ 할 수 있도록. 그런 과정들이 겹겹이 쌓이고 쌓여 휴먼메이드 유행이라는 큰 흐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이 아닐까요.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많은 일본 브랜드를 ‘단스토어(DAN STORE)’를 통해 배웠습니다. 가령 지금의 저는 F/CE[에프씨이] 가방을 일본 매장 가서 20~30만 원을 준다고 해도 전혀 아깝단 생각이 들지 않을 거예요. 왜냐면 그건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알게 된 것이죠. 단스토어에서 10만 원 중후반대에 산 F/CE 트래블 백팩을 무려 5년 넘게 쓰고 있고 여전히 데일리로 들고 다니는 제 최애 백팩입니다.
제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냐면, 유행이라는 것은 저 높디높은 디자이너 혹은 명품 브랜드에서 시작되어 점점 내려오는 백수저 루트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세컨핸드처럼 저변에서 차곡차곡 쌓여 널리 퍼지는 흑수저 루트도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패션의 흐름이라는 것도 흑과 백이 얽히고설키는 분야가 아닐까 싶어요. 바로 이 나나미카 흑백 스트라이프 티셔츠처럼 말이죠.
당신은 흑인가요 백인가요? 잘 모르겠다면 흑백이 교차하는 이 나나미카 스트라이프 티셔츠 한 장 어떠세요? 여러분에게 오묘한 멋을 선사할 겁니다. 또 혹시 아나요? <흑백요리사> 시청할 때 입으면 더 재미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