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네요. 마이너스가 있더라도.
태그모어가 드디어 오프라인 매장이 생겼네요. 집이 아닌. 직장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제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요.
물론 오픈시간 동안만큼은 저만의 공간이라 하기엔 어렵죠. 많은 분들의 발자취로 공간이 채워지는 터라. 게다가 공간을 채우고 있던 아이템들도 구매로 인해 제자리를 떠나기도 하고요. 하지만 문 닫고 난 뒤엔 오롯이 저만의 공간이 되는 시간이 와요. 쩌렁쩌렁 일본 시티팝이 울려 퍼지던 매장 안이 꽤 적막해지는 순간이죠.
태그모어 매장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벌써부터 편애하면 안 되는데, 개인적으로 2층 공간이 정말 쏙 마음에 들어요. 은은한 전구색 조명에, 페르시안 러그에, 캠핑용 소파까지. 제법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있어요.
반면 1층은 살짝 차가운 느낌이 있는데, 아직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물론 이 더위에 그 차가운 느낌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보완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조명색을 바꿔야 하는지. 러그를 깔아야 하는지. 아님 가구를 좀 더 둬야 하는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가장 안타까울 때가 2층도 있다고 말씀드려도 딱 1층만 둘러보고 가실 때인지라, 1층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 2층을 안 올라갈 수 없도록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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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매장 공간에 입주할 때 마침 딱 장마철이었는데, 빗물 누수가 있었어요. 물론 알고 계약하긴 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기도 했고 다행히 천장 누수가 아닌 바닥에서 살짝 올라오는 누수 수준이라 전해 들어서 아이템을 바닥에 놓지 않는 한 젖을 일까진 없겠다 싶었죠. 하지만 전해 들은 바 보다 누수가 발생되는 곳이 더 많아, 업을 시작하려는 입장에서 참으로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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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은 건물주였습니다. 저보다 1살 많은 부부이신데, 굉장히 호의적이었어요. 누수 시공도 1차 2차로 다양한 업체를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시고, 소통하는 동안 연신 영업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누수 잡는 것이 아무리 오래된 베테랑 전문가가 와도 그리 어려운 일이라 하던데, 건물주 쪽에서 의뢰한 누수 업체 사장님은 1층부터 옥상까지 샅샅이 둘러보시더니 바로 진단하셔서 시공을 진행했고, 그 이후엔 거짓말처럼 비가 와도 누수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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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비품을 채울 차례. 매장에 거울을 비치하려고 할 때 이야기입니다. 공간을 최대한 덜 차지하게 만들고 싶어 벽에 붙이는 아크릴 거울을 크게 제작했죠. 하지만 부착하고 보니 왜곡이 심한 거예요. 알고 보니 거울을 붙인 벽이 상당히 울퉁불퉁했기 때문이죠. 한동안은 붙여두다가,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는 겁니다. 그래도 무릇 의류 매장인데 거울은 매우 주요한 요소임을 제가 간과한 것이죠. 1층 2층 부착했던 두 아크릴 거울을 떼어낸 뒤 과감하게 폐기하고, 중고거래 플랫폼을 열심히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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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거울은 알루미늄 색상으로 맘에 드는 새 상품 전신 거울이 있었는데, 거울 업체의 여름휴가 기간으로 배송이 아주 늦게 될 예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번개장터에 보니 그것과 꼭 같은 거울을 부천에 거주하시는 분이 반값도 안되게 팔고 계시는 거예요. 늦은 밤 아버지와 함께 부천을 가서 거래하기로 했죠.
꽤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왜냐면 저는 2~3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부천에서 살았었거든요. 아버지랑 차 안에서 “아, 저기는 옛날에 무슨 자리였는데” 이야기 나누며 추억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죠.
2층 거울은 한남동에 한 브랜드 매장이 정리 중이었는데, 검은색 테두리를 지닌 예쁜 거울을 저렴하게 판매 중이셔서 가게 되었죠. 거울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장 비품을 올리셨는지 저 말고도 거래하러 오신 분들이 밀려 있었어요. 매장을 오픈하려는 입장이다 보니 궁금하더라고요. “다른 곳으로 이사하세요?” 그러자 브랜드 직원 분이 말씀하셨어요. “아뇨. 이 브랜드는 정리하고 다른 브랜드로 론칭하려고요." 이렇게 무드 있고 멋진 분위기의 브랜드 매장조차 폐업을 하는구나 생각하니, 태그모어로 진짜 후회 없이 열심히 해봐야겠단 생각이 더더욱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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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후 꾸준히 다이어트 중이었고 10kg 정도 감량을 했어요. 그 이후엔 살이 더 빠지지 않고 일종의 정체기가 왔었는데, 매장을 오픈하고 나선 정체기를 넘어서서 다시 살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제대로 식사할 시간 확보가 어려웠던 터라. 점점 제가 희망하는 몸무게와 가까워져 즐거웠고, 무엇보다 몸이 진짜 가벼워진 느낌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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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요즘 영양이 많이 부족해서인가 머리칼이 많이 빠ㅈ...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요. 조금 뻔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작은 매장 하나 차리는 데에도 마이너스한 일들도 생기고 플러스한 일들도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무엇인가를 해나간다는 것은 결국 플러스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또 생각해 보면 마이너스한 일들도 제게 경험이란 것을 남겼기 때문에 플러스로 치환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전 나쁜 경험은 안 할 수 있으면 안 할 수 있는 대로 좋다 주의이지만요.
‘빔즈 마이너스’는 없어도 ‘빔즈 플러스’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빔즈 플러스(BEAMS PLUS)'는 기존의 빔즈(BEAMS)보다 조금 더 아메리칸 캐주얼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빔즈 안에는 다양한 가지 브랜드들이 있는데,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빔즈 플러스를 ‘빔즈계의 폴로 랄프로렌‘이라 표현하고 싶네요. 폴로 랄프로렌을 닮아있지만, 보다 동양인 체형에 맞도록 제작된 느낌이랄까요.
빔즈 플러스 제품들이 태그모어에 많이 입고되어 있습니다. 해방촌 신흥시장 근처 지나시게 된다면 꼭 한번 매장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주세요.
항상 플러스한 일들만 벌어질 수는 없겠지만, 오늘 하루를 마치며 당신 안에 남는 일들이 대체로 플러스한 일들이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We should BEAM with 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