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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그모어 Aug 01. 2024

SELLER < BUYER

구매자에 입각해 보며

지지난 주 화요일. 정말 아주 아주 이른 아침에 건물주 분과의 매장 시설 이슈로 미팅을 마치고선 오후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다 말다 내리다 말다 해서 우산을 썼다 접기를 반복한 날이었죠.


매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철저하게 판매자 입장으로 지낸 요즘. 제 소비는 모두 매장 세팅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가. 갑작스레 이런 목마름이 생기더라고요.


그냥 오롯이 나를 위한 쇼핑하고 싶다.


그런데 그 목마름은 현시점에서 저에겐 아주 큰 사치였습니다. 매장 오픈 준비로 돈을 꽤 많이 쓰고 있었고, 저를 위해 무얼 살 돈으로 차라리 매장 인테리어 아이템을 하나 더 챙기는 게 더 주요했죠.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매자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을 해야 제가 좋은 판매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요. 소비를 하고픈 마음이 도출해 낸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 순간 저는 사당역에 있었고, 네이버 지도를 켜고 ‘빈티지’를 검색했습니다.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빈티지샵 한 곳을 발견하고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죠.



멀리서 빨간 간판이 보였고, 다가갈수록 비가 세차게 온 터라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온 모양새가 되더라고요. 눈대중으로 한 7~8평 남짓한 빈티지샵이었습니다. (평수를 가늠하는 제 모습이 제법 어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의 제 체류시간 약 30분. 그 시간 동안 전 총 3가지 아이템을 구매하게 되었는데요. 이 구매로 제가 얻은 ‘세컨핸드 의류 판매자로서 어떤 아이템들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플한 시사점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1988 서울 하계 올림픽 호돌이 배지 / 희소성

저는 올림픽 베이비입니다. 1988년 그 당시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로 어느 국민이 안 열광했겠냐만은 아마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 셨겠죠. 게다가 제가 그 연도에 태어난 터일까요. 어릴 적 제 기억에 집 곳곳에 호돌이 그려진 물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마음에 ‘저 호랑이는 도대체 뭘까’ 생각하기도 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는 것 같아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에 근무하면서 얻게 된 올림픽 배지들. 출입 권한 스트랩에 달고 다니면 예뻤지만 단점은 목이 참으로 무거워졌다.


올림픽과의 연(緣)은 태어난 연(年)도 말고도 하나 더 있는데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에서 관중정보 에디터로 근무했는데요. 조직위 내부나 외부에 퍼져있는 ‘관중이 알아야 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관중 친화적으로 다듬고 가공해서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잘 게시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었죠.


네이버 메인에 뒷모습이 나와 뛸 듯이 기뻤던 적도 / 수호랑 모자를 써보는 용기도


올림픽 기간 동안의 기억은 정말 평창 + 강릉 전체가 다 같이 축제가 된 느낌랄까요. 곳곳에 다니는 외국인들. 맛있는 먹거리들.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어딜 가든 인사해 줬고, 사람들이 착용한 롱패딩의 펄럭거림(그때 유독 롱패딩이 열풍이었어요).



아무튼 그런 올림픽 베이비이자 휴먼(?)인 저는 이 배지를 가장 먼저 골랐습니다. 만원. 아주 작은 배지치고는 저렴하지 않죠. 하지만 저에겐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했습니다.






(2) 휴먼메이드 방울 비니 / 화제성


제가 이 업을 시작한 2023년 6월쯤. 국내에서 휴먼메이드(HUMAN MADE)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휴먼메이드는 베이프(BAPE, A Bathing Ape)의 창립자 ‘니고’가 2010년에 설립한 브랜드로 시그니처 하트 로고와 귀엽게 그려진 동물 그래픽들이 큰 특징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유행을 넘어 슈프림, 스투시처럼 스테디가 되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국내에 매장도 생긴다고 하니까요. 물론 베이프처럼 차게 식을 수도 있겠지만, 베이프도 여전히 누군가로부터는 사랑받으며 지속되고 있는 브랜드니까요.



그런 휴먼메이드의 솔방울 달린 비니입니다. 이게 재미있는 게 2way에요. 솔방울이 탈부착이 됩니다. 사실 이런 2way, 3way..제품은 결국 편한 쪽이 생겨 결국 1way가 되지만 그래도 이런 기능 자체가 있어 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썩 큰 가성비로 느껴집니다. 빈티지보다는 세컨핸드에 가까운 브랜드 아이템이라 느끼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위탁 상품이라 하셨고 KREAM가의 1/3 가격으로 구매했습니다.






(3) 폴로 치노 하프 팬츠 / 대중성


사실 위 두 가지 제품만 결제하고 이제 돌아가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친절하게 그러시더라고요. “위탁 제품 제외하고는 의류 20% 할인해 드려요.”



사장님의 그 한마디에 걸려있는 의류를 다시 한번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 손에 집힌 아이템은 바로 이 폴로 반바지입니다. 무난한 치노 팬츠에 스트링이 있어 벨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사용감으로 인한 물 빠짐이 멋스럽게 이뤄져 적당한 빈티지한 감성을 내뿜고 있었죠. 풍기는 아우라는 가히 RRL스럽기도 합니다.



최근에 크게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랄프로렌 옷은 포니 로고가 없을수록 좋은 옷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주요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포니 로고가 완전히 없다면, 굳이 폴로 랄프로렌을 살 이유가 크게 사라지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렇게 아이템 색상과 포니 로고 색상이 동일하거나 뒤쪽에 숨겨져 있어서 잘 안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폴로 랄프로렌만큼 대중적으로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사랑받는 브랜드도 없을 겁니다. 말씀 주신대로 20% 할인을 받아서 2만 원대 중반에 구매했습니다.






이상 ‘세컨핸드 스토어 판매자가 구매해 본 빈티지 아이템들‘이었습니다. 희소성 + 화제성 + 대중성.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춘 아이템들로 매장을 열심히 채운다면, 태그모어도 여타 훌륭한 스토어들처럼 거듭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무려 2주 전에 쓰려고 했는데,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뤄졌네요. 귀멸의 칼날 볼 시간을 줄이며 썼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죠.


초보운영.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한 에어백이었을 터


새삼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고 3일 간 가오픈을 통해 매장 운영해 보며 느낀 바는 정말 다른 스토어 사장님들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공간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야 하고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도록 동력을 준다는 것이 부지런한 마음이 있지 않으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마음 한편 어딘가가 곪아터질 수도 있고, 몸이 지쳐나가떨어질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그냥 GO 하며 버틴 분들이 지금까지 남아 우뚝 서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태그모어도 잘 버텨보겠습니다. 태그모어가 고여있는 물이 되지 않도록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남동의 한 의류 매장에서 당근해온 태그모어 2층 거울. 알차게 매장을 꾸며가고 있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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