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무늬 열리네요
태그모어 오프라인 매장을 해보겠다고, 제가 4월 말에 퇴사를 했고 지금은 7월 초중순이니까 한 두 달하고도 보름 좀 안되게 직장인이란 타이틀을 떼어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 참 간사하다는 것이 아침에 출근하는 감흥을 벌써 살짝 잃어가는 저를 보며 느낍니다.
“아냐, 그래도 당분간 출근해야 할 곳이 없어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업데이트할 아이템 사진 촬영도 하고
갓생 살아야지!”
하지만 절 깨우는 것은 아침이라기에도 민망하고 어쩌면 어떤 직장인은 조금 이른 점심시간을 가지고 있을 즈음 내리쬐는 햇살입니다.
왜냐면 요즘 밤에 통 잠이 잘 오지 않거든요. 아마 걱정의 무게 때문 같아요. 회사 안에 있을 땐 그렇게나 확신이 들던 것이 밖으로 나오니 왜 그리 쪼그라든 것인지. 따박따박 나오던 월급으로 누리던 안정감이 무엇이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되고요.
또 직장인이던 시절엔 막연하게 자영업자는 그저 내 사업을 내 맘대로 선택해 나아가니까 주체적인 행복을 느끼며 지낼 것 같았지만, 막상 맞이해 보니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가령 매장 자리 알아보고 계약을 했을 때만 해도, 매장을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의 연속이었다면, 입주하고 나서는 ‘어떻게든 덜 돈 들이고’로 바뀌었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아이템을 더 사입해 오는 게 낫겠다는 회로가 자꾸 돌더라고요. 그렇다고 태그모어 매장이 아마추어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욕심이 들고요.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인가.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따금 우울감이 저를 감싸 돌기도 합니다. ‘하아, 이거 맞는 거야?’
그래도 퇴사 이후에 개인적으로 크게 성취한 구석이 하나 있다면, 바로 다이어트. 퇴사 시점보다 무려 8kg 감량. 저녁 6시 이후엔 절대 먹지 않는다는 룰을 지켰고(물론 저녁 약속 덕분에 몇 번의 치팅데이가 있긴 했으나 고작 1~2번) 최근 들어 아예 거의 1일 1식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5kg 이상은 더 빼볼 각오입니다. 아침마다 체중계 오르는 일이 썩 즐거워지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업의 터전을 구했다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큰 성취이죠.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안. 1층에 더하여 2층이란 공간도 있고. 친절한 이웃 사장님들. 벌써 옆집 카페 사장님과는 사담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분위기 있는 맛집들. 멋진 카페들이 즐비해있는 공간에 저도 하나의 구성 업(?)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니까요. 제 인생에서 있어서 꽤나 멋진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매장이 오픈하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든 일도 많고 사람 때문에 얼굴 붉힐 일도 많겠죠. 어떤 날은 운이 너무 없어서 ‘아.. 그만둘까 ‘ 고민하게 되는 날도 있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태그모어 안에서 제가 웃고 있는 나날들이 무수히 많기를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다름 아닌 이 옷의 무늬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