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그모어 Jul 02. 2024

THE UNCOOL with COOL THINGS

안 힙한 이의 힙함

이런 글이 의류업을 하려는 사람으로서 마땅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조금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우선 최근에 여자친구와 서로의 음악 취향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으로 운을 띄워 볼게요. 음악 취향이라는 것은 살아가며 종잇장 뒤집듯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에게 있어 평생의 음악 취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다름 아닌 ‘10대 때 어떤 음악을 주로 들었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빈지노가 좋아서 샀던 IAB STUDIO / 빈지노가 입었다고 샀던 CLUB ACTIVITY


가령 여자친구는 ‘힙합’입니다. 여자친구가 고등학생 때 딱 쇼미더머니 시즌2~4가 방영하여 힙합이 부흥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특히 빈지노, 다듀, 오왼과 같은 붐뱁 스타일의 래퍼들을 좋아해 왔대요. 강한 드럼 비트 위에 딱.딱.딱. 담백하게 내뱉는 랩 스타일 말이죠.


반면 저의 10대는 발라드와 R&B범벅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운운하는 노래들이 더 익숙해요. 힙합에서 취향을 찾자면 싱잉랩을 썩 좋아합니다.


그리고 또 제가 한결 같이 ‘오 좋다’ 하는 노래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단 목소리에 숨소리가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가성을 적절히 쓰면 좋습니다. 그리고 밝고 흥겨워야 해요. 비트를 들으면 뭔가 대학 캠퍼스가 떠오르고, 가사는 완전 설렘설렘한 사랑 이야기면 금상첨화입니다. 최근 이에 가장 부합한 가수 분을 찾았는데, 바로 홈존(HOMEZONE) 님.



또 사실 치즈(CHEEZE) 님 노래도 매우 좋아하는데, 뭔가 30대 중후반의 남자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치즈 님 노래가 떠있는 것이 괜스레 떳떳하지 않아 남몰래 지운 적도 많습니다.


치즈 님의 음악, 사실 좋아합니다.


요즘 음악을 들을 때면 ‘태그모어 매장을 오픈하면 무슨 노래를 틀면 좋을까’ 리스트를 골라봅니다. 분명한 것은 홈존, 치즈는 흐르지 않을 겁니다. 아주 힙한 팝송이 흐르고 있을 거예요. 물론 제가 평소에 듣는 노래가 아니겠지만요.


이런 이야기를 뭣하려 하냐면, 제가 판매하는 옷도 같은 맥락 같아요. 저는 제가 판매하는 옷들이 정말 예쁘고 힙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게 안 붙어요.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제는 정말 인정하기로 했어요.


물론 한때 발악했었죠. 누군가 제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준 이야기가 있는데, 빈티지 스토어 사장이 되기 위한 3대 요건이 있다고 합니다.


1.  장발 or 삭발

2. 수염

3. 타투


장발은 기를수록 스네이프 교수화가 되어가서 실패. 삭발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패스. 수염은 촘촘히 나지 않아서 실패. 타투는 하고 싶지만 뭘 새겨야 평생 후회를 하지 않을까 아직 모르겠어서 패스. 3대 요건에 저는 그 어느 것도 해당 사항이 없어요.


그래요, 저는 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힙한 것이 안 어울리는 것은 안 어울리는 것일 뿐이고. 적어도 열심히 힙함을 실어 나를 순 있잖아요? 저에겐 그럴 안목이 있다고 조심스레 확신해 봅니다.


그래서 딱 정의하겠습니다. 태그모어는 안 힙한 이가 힙함을 실어 나르는 스토어입니다. 힙함은 철저하게 여러분의 몫입니다. 저는 그저 제 색깔에 맞게 단정하고도 친절하게. 힙한 여러분을 맞이할 준비를 해나가겠습니다.



2024년 7월 1일. 태그모어 오프라인 매장 자리에 입주했습니다. 해방촌 신흥시장 안 1-2층이고 12평 남짓한 아주 작은 공간입니다. 차근차근 구색을 갖춰 나가려고요. 오픈 일자는 잡히는 대로 소식 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