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그모어 Jun 19. 2024

VIDEO KIDS

성룡을 보며 자란 그대에게

생각해 보면 옛날엔 아버지께서 토요일에도 출근하셨어요. 아, 그러고 보니 토요일에 학교도 등교했네요. 오전 수업만 마치고 점심은 안 먹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토요일 하굣길은 유독 화창하고 신났던 장면들로 제 안에 가득 차있어요.


진정한 주말 전 토요일 밤은 늘 영화 보는 날이었어요. 토요일의 해가 뉘엿뉘엿해질 저녁즈음 아버지와 함께 비디오 가게로 가서 어떤 영화를 빌려볼까 고르곤 했었죠.



옛날엔 신작 영화가 비디오로 나오면, 얼른 가서 빌려야 했어요. 비디오 대여 가게 사장님이 신작 영화 비디오는 한 5~6개 정도 구비해 두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마저도 늦게 가면 모두 다 거꾸로 돌려져 있었죠.(비디오 케이스가 거꾸로 돌려져 있으면 누군가 대여해 갔다는 의미) 지금과 같은 OTT시대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 동네 누군가가 그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는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요.


그래서 메인으로 자주 다니는 비디오 가게가 한 곳이 있었고, 서브로 살짝 더 먼 곳에 한 군데 더 가던 곳이 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마저 신작 영화 비디오가 대여되고 없으면, 1주 정도 더 기다려야 했죠.


PALACE STORY / POLICE STORY(1988)


그 시대에 수많은 영화를 봤겠지만, 베스트를 꼽으라면 역시 ‘성룡’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왜냐면 그의 영화는 심각하다거나 어둡지 않았거든요.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액션과 그의 재간둥이 전투(?)씬엔 코미디가 적절하게 섞여있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즐기기 좋았던 것이죠. '폴리스 스토리(POLICE STORY)' 시리즈는 그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꽤 유쾌하고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의 영화 끝엔 항상 인장처럼 나왔던 NG장면입니다. “이 모든 스토리와 액션은 진짜가 아니고 연출된 영화입니다.”라고 마침표를 찍어주는 느낌 덕에, 보고 나면 어린아이로서 마음이 평안했다고나 할까요. 또한 성룡 그가 영화를 위해 스턴트 없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헌신하는지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최근 나온 성룡의 영화 ‘라이드 온(2023)‘에서는 그가 전설의 스턴트맨으로 나오는데, 거기서 극 중 딸과 함께 자신의 과거 스턴트했던 영상을 함께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근데 그 스턴트 장면들은 실제 성룡이 과거 영화들을 통해 펼친 무수한 액션들과 때론 다치는 스케치들이 담겨 있었어요. 그 당시 NG장면들의 파라노마죠. 그걸 본 딸은 울컥해하고 이내 성룡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비록 연기지만 실제 그의 인생과도 맞닿아있는 장면이라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Ride On (2023)


대역 없이 무모한 액션을 해왔던 성룡도 한 인간으로서 참 대단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 보면 매주 토요일마다 일하시고 와서도 저와 동생과 같이 비디오 가게에 들러 재미난 영화를 함께 고르고 이를 함께 봐주셨던 아버지도 참 대단하고 훌륭하셨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직도 선한 순간 중 하나가 어린 꼬마인 저는 비디오 영화를 보다가 쉽게 졸음이 쏟아져 잠이 들곤 했는데, 밝은 TV빛과 큰 영화 소리가 제 깊은 잠을 방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뒤로 아빠가 있다는 든든함과 포근함이 크게 느껴져 그렇게 든 잠이 실로 달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순간만큼은 어린 제게 저희 집은 심리적으로 큰 ‘궁전’ 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상 저만의 ‘PALACE’ STORY였습니다.

부디 저와 같은 비디오 키드님이

이 옷을 가져가시길 바라보며.


TAGMORE :: 이 아이템 구매하러 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